게시판
      
상위분류 : 잡필방 중위분류 : 뜰에 홑 하위분류 : 한바위골에서
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7-07 조회수 : 3,167
제 목 : 한바위골에서 29

한바위골에서 29

 

꽃이 지고

그 자리에 가을을 위해

열매가 익어가는 덤불들

그 사이로 난 솔밭 길을 걸으며

혼자서 가야 한다는 사실에

잠시

고독해야 갰구나! 하고

시름에 젖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있지 않는 길이라 해도

무작정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오늘 또

사각거리는 솔밭을 따라 걷는 나에게

가을이 오고 있는데! 하며

무겁디무거운 걸음을

터벅터벅 옮겨 놓습니다.

 

솔밭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

계곡에 물소리

서로 사랑을 나누듯

교차하여 속살거리는데

깃털처럼 가벼운 몸

지평 없는 길을 따라

또 그렇게

그렇게

산을 넘습니다.

 

계곡 따라 오르면

사각거리는 소나무 밭이 있습니다.

무엇 하나 변한 것 없이

꼭 같은데

속절없는 나만

사각거리는 솔밭에서

길을 잃습니다.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