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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6-08 조회수 : 3,946
제 목 : 관악산 산행일기 (주관사협회)

관악산 산행일기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들며 자리한 관악산은 중년인 나에게 아주 적당한 650m 높이에 등산길로서는 안성맞춤이다.

거대도시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등산 취미나 등산에 대한 애틋한 소양이 있는 것도 아닌 다음에야 600m 정도 되는 산이 부담 없는 적당한 산이라는데 그다지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관악산 주변지역에 살고 있기도 하거니와 멀리 산행을 가기에는 물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자주 찾는 곳이 관악산이다.

그럼에도 관악산은 언제 와 보아도 생소한 산이 또한 관악산이기도 하다.

족히 50번 이상을 올랐던 관악산이지만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

산에 오르며 자세히 뜯어보시라.

언제 그 산이 똑 같이 보이던가!

관악산을 주변에 두고 사는 나로서는 어찌 보면 이런 환경덕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가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산행대회를 주관하는 경기도회 운영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이른 아침 뒤쪽 베란다에 나와 관악산을 보니 매연도 그리 심하지 않고, 비도 올 것 같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회원으로서 뭐 할 일이 없을까 하고 일찍 출발한다 하지만 그래 보아야 8시 반에 출발한 것인데 지방, 그것도 저어쪽 남쪽에 사는 분은 아마도 한 새벽, 그도 컴컴했을 새벽에 출발하였을 거라 생각하니 여간 미안한 맘뿐이다.

20분 만에 도착한 나로서는 멀리서 출발하여 지금 한창 고속도로에서 이동하고 있을 동료 회원들을 생각하니 20분 거리는 참으로 민망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안내요원들이 벌써 나와 안내를 하고 있는 모습에 또한 고맙고 미안타.

여기저기서 모여드는 회원들을 안내하는 산악회원들 그리고 경기도회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물을 받아 챙기니 저쪽에서 지인 소장님들이 부른다.

내가 사는 의왕시 회원들인데 내가 근무하는 곳이 안양이어서 소속이 안양임에도 사는 곳이 의왕이라서 의왕회원 같다며 연신 악수를 청한다.

오늘은 무엇보다 의왕 모 아파트에 첫 부임을 하는 초임 소장님이 있어서 특별히 의왕지부를 방문하여 초임 소장님 소개도 할 겸해서 벼르던 참인데 어찌나 반갑게 맞이하는지 고맙고 고맙다.

그러던 차에 저쪽 안양지부에서 왜 안 오느냐고 성화다.

안양지부에서는 점심을 별도로 준비했다며 나누어 주었는데 개인 도시락임에도 제법 무게가 나가는 걸 보니 이른 새벽부터 꽤나 준비했나 보다.

공연히 무임승차하는 기분이어서 좀 그렇기는 하다.

이렇게 정신없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노라니 협회 전체 행사에 앞서 산행이 먼저 시작되었다.

의왕지부 회원들 경기 광주지부 회원들

 

 

 

 

 

 

 

 

모두들 관악산 초입에서 지부별로 사진 촬영을 마치고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계곡 길 등산로가 아니라 과천향교 뒤쪽 등성이 길을 선택하여 안내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사람의 통행이 그리 잦지 않아 고심 끝에 선택한 등산로임에 틀림없다.

이 등산로는 그리 평탄한 등산로는 아니다.

정상에 오르는 길 치고는 다소 멀고 등성이길 특유의 바위도 많고 넘어야 할 봉우리도 많다. 그러나 경치도 좋거니와 바람도 불어 시원하니 그게 등성이 길의 묘미다.

 

이번 주택관리사협회 전국산행이 관악산으로 결정되는데 몇 가지 사소한 곡절이 있었다.

작년 합천 가야산 산행에서 경기도가 참석인원이 가장 많아 2011년도 전국 산행을 주최하게 된 계기가 되어 잠정적인 계획에 대한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는 도자기 축제에 맞추어 설봉산 산행과 도자기 행사 참석을 같이하자는 안이 동부지부를 중심으로 의견이 개진된 것이다.

때가 이른지라 그다지 반대하는 측도 없고 하여 그냥 유야무야 지나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도자기 행사가 가을로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해를 넘겨 2011년에 접어드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갖가지 의견이 제시되었다.

설봉산은 산의 규모가 전국에 회원을 수용하기에는 작다는 의견도 있었고, 도자기 축제와 함께한다면 몰라도 설봉산 산행만 가지고는 좀 모자라다는 측의 주장도 있었다.

설봉산을 주장하는 측도 설봉산이 충분히 산행 행사를 치룰 수 있는 산이며, 중부내륙 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등 각종 고속도로가 인근에 있어 교통에 요지로서 전국에 회원이 모여들기 적당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또 어떤 측은 이번 산행은 전국 산행이니 경기도를 고집하지 말고 충청도와 같은 우리나라 중간 지역에 산으로 하면 좋겠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에 대해 중간지역인 충청도는 충청지역에서 주최할 적에 하면 될 것이고, 경기도가 주관하는 것이니 경기도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이 맞는다고 하며, 작년 가야산에서 시행할 적에도 경기도 회원이 경상남도까지 가지 않았느냐며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때 접근성도 좋고 경기도와 서울의 명산인 관악산이 어떠냐고 주장하는 분들의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경기도에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고, 서울에 인접하여 많은 분들이 산행 경험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설봉산이나 충청지방이 어떠냐는 주장 등, 다양하게 여러 가지 안이 주장되기는 하였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부득하게 표결처리를 해야만 했다.

 

무릇 표결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특히 옳고 그름에 대한 의사결정 시에 표결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서로 간에 충분하고 끈기 있는 설득과 타협 없이 결정된 표결은 심각한 대립을 낳을 수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오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토론과 타협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표결을 미루고,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은 해결방안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옳고 그름에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였다.

딱히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불편에 문제이고 느낌에 문제이기 때문이다.

설사 부득이하게 표결에 이르러, 옮고 그름에 대한 것이라도 결정이 되었으면 그에 승복하고 흔쾌히 따라 주는 것이 민주주의와 대의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 의식이다.

이런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관계된 모든 사람들 다 데려다 끝장 토론하여 끝까지 전원합의로 결정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가능키나 한 일인가!

그래서 우리 의견을 가장 반영시켜 줄 사람을 뽑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결정하라고 조직화시킨 것이다.

이번 사안은 별 문제 없이 서로가 수긍하여 잘 마무리 되었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많은 사안에 대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는데 서툴다.

각자의 의견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경기도회 운영위원회는 하는 수 없이 표결에 따라 관악산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관악산 산행이다.

그런 과정 속에 다소 서운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늘 산행이 있도록 협조하신 분들이 정말이지 고맙고 미안타.

 

곡절이 어찌되었건 전국에서 회원들이 몰려와 산행을 시작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을 시작하여 얼마쯤 오르니 예전에 우연히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곳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25년 전 이후 대면이 없었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친구도 이제 관리소장 되었다며 며칠 후 전국 산행대회에서 꼭 보자 하더니,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가만히 듣자하니 바로 뒤편에 있지 않는가!

워낙 사람들이 많다보니 지척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나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깐 스치며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옛적 모습 그대로다.

다르다면 얼굴에 주름지고, 눈썹과 머리가 세어 있다는 것 말고는 25년 전 모습과 느낌이 그대로다.

충청도 선비다하고 그 느낌을 기억해 두었는데 여전히 점잔은 선비적 취향 그대로 나이만 먹은 듯하다.

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뜻하는 바, 꿈이 있었기에 고시원에서 공부하러 갔다가 만난 친구이다.

취향과 스타일이 비슷하였던지 친하게 지냈는데 그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난 것도 아니요, 딱히 부대끼며 교류한 것도 아닌데 잊지 못하여 기억해둔 걸보면 서로에게 무언가가 있었나 보다.

사회적 기호로 보면 나름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만났으니 즐겁지 않은 추억일터이다.

그럼에도 이리 반가운 것은 친밀한 남다른 기억 때문이리라.

서로가 못 먹는 막걸리지만 일부러라도 다시 만나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며 밤 세워 이야기 하리라.

하지만 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소속된 조직(지부)이 달라 내려와 다시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지니 못내 아쉽다.

 

 
   의왕지부 회원들 점심 식사


아직 3분에 1도 가지 않았는데 지인소장님들이 올 만큼 왔으니 대충 먹고 가잔다.

주섬주섬 먹을거리를 내려놓았는데 놀랍다.

그 많은 음식을 어찌 지고 왔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빈 배낭 달랑 지고 여기까지 온 저로서는 음식 먹기가 얼마나 미안 턴지 원!

막걸리 몇 숨배 돌리고 나니, 분위기는 고조되어 어째, 정상에 오르기는 틀린 듯싶어 초임 소장님더러 정상에 가자했더니 선뜻 일어서서 출발 태세다.

다시 배낭을 등에 지고 출발하여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하니 11시가 넘었다.

  성남지부 회원들


바위에 서서 사진도 찍고 지나가는 동료 회원들과 연신 악수와 인사를 나누며 정상으로 향하니 요소요소마다 진행요원들이 안내를 하고 있다.

높다란 바위에 올라 내려 보는 산 정경이 여간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처음 이곳으로 등산로를 잡은 분의 의도는 아마도 이런 정경을 만끽하라는 배려가 담긴 것이리라생각하니 한 번 더 그 고마움에 산하를 바라보게 된다.

관악산 전경

 

 

이른 아침 챙겨 먹고 서둘러 올라, 자기 맡은 구역에서 안내하느라 애쓰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것만큼 좋아 보이는 것도 없는데 지금 저 모습이 꼭 그런 것이라 여겨진다.

  관악사지 점심

 

그렇게 안내를 받아가며 관악사지에 도착하니 모두들 먼저 도착하여 점식 식사가 한창이다. 오르는 길이 힘들었는지 초임 여소장님께 막걸리 한 사발 하자 했더니 흔쾌히 마시잔다.

땀 흘리고 힘들여 산에 올라 마시는 막걸리만큼 맛있는 술 또 있을까 싶다.

산에 오르다 말고 마신 음식물과 막걸리 탓에 산 아래에서 나누어 준 점심을 먹기가 그래서 누구 주려고 두리번거리니 좌판 아주머니가 자기 달란다.

한창을 드릴만한 회원이 있나 하고 찾다가 그 좌판 아주머니께 드리니 고맙다 고맙다 연신 인사를 한다.

그렇지만 내 속내는 왠지 언짢다.

점심 못 먹었을 회원께 주고파 그런 거라지만 좌판아주머니가 달랄 때 주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어른거린다.

술 한 병이라도 더 가져와 팔 요량으로 점심을 빼놓고 왔을 것이다.

아마도 그 좌판 아주머니는 하루 종일 가져온 물건 다 팔릴 때까지 굶주리고 있었어야 했을 터.

그 좌판 아주머니가 병원 있는 딸내미 병간호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속이 뒤틀리고 아프다.

그런 좌판 아주머니의 속내도 모르고 그저 얄팍한 회원 위한다는 생각으로 한, 주변머리 없는 행동이 얼마라 창피하던지 원!

 

그렇게 연주암으로 오니, 잘 아는 소장님이 안내하고 있는 중이어서 담소를 나누고 있으려니 낯익은 목소리에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 쪽을 쳐다보니 가수 김도향씨가 우리도 흔히 아는 노래를 부르는데 모습이 꼭 신선 같다.

하얀 수염에 하얀 머리칼까지 그리고 또한 옷도 모두 하얀색이여서 그런가 보다.

산사에 음악제라서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듣고 있어, 사람들이 많아도 좋을 때가 있구나 싶다.

숙연하고 진지하여 말 나누기도 좀 머쓱해 보인다.

 

연주암 산사음악제

 

하산 길에 어느 소장님의 관리사무소 속사정을 듣는데 우리네 처지가 참으로 한스럽다.

내 능력이 뛰어나도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싶지 않고, 열심히 갈고 닦아도 쓰임새가 별로 없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관리사무소 일이라는 것이 주민 몇 사람 혹은 동별 대표자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가 하면,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을 벌리곤 한다.

위탁계약 종료기간이라도 닥칠라치면, 이거는 일하는 게 아니다.

위탁 재계약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내 일자리의 향배가 걸린 문제가 된다.

못하면 근로계약과 처한 개인사정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물러나야 하는 것이 우리네 속사정이다.

이 지인 소장님도 위탁 재계약과 관련하여 아주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내 능력과 상관없이 주변의 인적구성과 복잡한 관계들 속에 비합리적이고 비 순리적으로 결정되는 예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장님과 함께 산행하는 내내 가슴을 누른다.

이렇게 몇몇 회원들과 이야기 하며 원래 계획된 등산로가 아니라 구세군 쪽 등산로를 따라 오르고 내리고 반복하며 내려왔다.

마치 우리네 삶처럼 그렇게 말이다.

산을 다 내려와 행사장에 도착하니 우리가 좀 늦었는지 모두 모여 있다.

같은 색에 옷으로 단장한 충북지회와 서울지회는 통일성 있어 좋았는데 한 색깔로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보일 때도 다 있구나!” 싶다.

 

  행사 사진

 

저 쪽 앞 단상에 각 지회 회장님과 협회 간부님들이 앉아 우리를 기다리다가 누가 왔고 어디서 많이 모였는지 등 행사 진행을 마치고 각 조직별로 술파티를 즐기는가 하면 먼 지방으로 서둘러 내려가야 하는 회원들이 총총히 사라지니, 우리네 산행대회도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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