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상위분류 : 잡필방 중위분류 : 뜰에 홑 하위분류 : 만상들
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5-30 조회수 : 3,883
제 목 : <무상>

<무상>

 

문득 잠에서 깨어난 시각은 난 모릅니다.

무언가 어리둥절하여 둘러보건대

아내는 내 옆에 잠들어 있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리곤

한참을 명하니

어둠에 잠긴 벽을 바라보며

함께 할 수 있을 땐

부대끼는 관계였는데

이제는 스치는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며 놀랍니다.

 

내 다니는 성당에 형제요 자매는

또 내일

아니 언제든 찾아가면

그들은 형제요 자매가 되는

유지되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함께 일하다 떠난 사람은

부대끼는 관계이던 사람이

문득 자고 일어나니

그냥

스치는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도

그 사람은

부대끼는 관계가 아닙니다.

유지되는 관계도 아닙니다.

이제는

스치는 관계로 밖에

그래서 잠에서 깨어

어둠에 잠긴 벽에

갇힌 삶에 한숨이 서립니다.

 

어제

금요일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난 채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우리가 부대끼는 관계가 되어

보냈던 나날들을

이제는 영원히

다시는 반복할 수도

되풀이 할 수도 없다는 걸

돌아갈 수도 없다는 걸

난 지금도 매만져지지 않습니다.

어제 금요일이

마지막이 그리 허망하게

가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이라고말이라도 해볼 걸,

어어…하다 지나쳐 버렸다는 사실에

먹먹해 집니다.

 

……,

 

그러나

그런 삶이 제겐

과분한 행운이었기에

과분한 것이었기에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는 것이었기에

헤어질 수밖에 없다 걸

항상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걸

태만히 했기에

남겨진 저는

다 감수하렵니다.

그리곤

기쁨으로

가고자 하는 길에

박수치며 웃으며

임 보내 듯 그냥 배시시 웃으며 보냅니다.

그래야 하기에

그래야만 하기에

고이접어 간직하고

하시고자 하는 일에 좋은 일만 있으라고

기도하고 염원하며

박수치며 보냅니다.

 

그래도

스치는 관계로 라도

영원히

영원하자고 다짐하고 기도합니다.

또 그럴 거라 믿기에

그래서 웃습니다.

 

이제 새벽입니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저는 또

걸어 나가야 합니다.

낯선 곳으로 갑니다.

 

나 아닌 분 또한

그럴 것입니다

 

잘 가십시오

그리고 항상 웃으며만

사십시오.

헛웃음이 아니라 기쁨에 웃음만

가득 하십시오

 

2011521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