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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1-02-07 | 조회수 : 3,696 |
강가에 앉아서 45
하늘은 맑다고 말하지 않아도
구름 흘러 만사를 사르며 스치운다
저기 저 소나무 고고하려해도
영산홍은 휘감아 뿌리내리고
그도 할 말은 많아
능소화되어 타고 오르고
소나무 가지타고 오를 것을 기약하건만
그저 하늘만 높아
허덕인다.
가지 자르고 가벼이 일어서려는데
여기서도 저기서도
낭패로운 하수상한 바람만
싸늘히 후리치고
저 편 하얀 세상으로 가려는 기러기
날개엔 털이 뜯기고
목엔 흠집만 낭자하게 핏줄 퍼렇게 솟아난다.
소나무는 소나무인지라
소나무 일 것을 꿈꾸고
그 겨울 춥던 날
그리도 바둥치며 간신히 봄이려니 하고
봄날이 가는데
여전히 영산홍 뿌리 옥죄여 오고
여기 저기 굶주린 파리 떼 여전한데
어찌 소나무로 사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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