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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1-04 조회수 : 3,405
제 목 : 강가에 앉아서 40

강가에 앉아서 40

 
추운 동짓달
강가에 쑥대 꺾어 모아다
빙 둘러앉은 아이들
떼 묻은 손등에
진물이 흘러도
그 겨울 내내
강가에서 만 놀았다.
 
쇠죽냄새 풍기는
부엌 두고
냇가에서만
아이들은 모여 앉아
모닥불 피워놓고
해질녘을 기다린다.
 
깡통에 구멍 뚫고
그 속에
관솔에 짚 덤불 넣고
불 지펴 돌리는 맛이란
그래서 아이들은
밤을 기다려
추운 겨울을 냇가에서
지낸다.
 
지금 어느 쯤
냇가 천변에
자갈을 모아 둑을 쌓고
조무래기 아이들이
모여앉아 성냥불 그어대고 있겠지
 
대보름 햇불놀이를 기대하며
깡통에 넣을 관솔 찾으러
산으로 가는 아이들
진물 흐르는 손등이며
터져 골문 발등이며
헤진 옷이며
마치 도시 근교 난민촌 아이들 같은 모습으로
간신히 찾은 관솔,
옆 마을 아이들과
겨룰 햇불놀이
가슴에 안고, 겨운 마음으로
온돌 방 아랫목을 찾아
잠이 들었다.
 
멀리서 들리는
늑대 울음소리만큼
멀고 가느다란
새벽 달빛
봉창에 드리우는 여운처럼
잊혀진 이야기요
물속에 잠긴
보이지 않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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