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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0-12-12 조회수 : 1,214
제 목 : 한비자의 어록

한비자의 어록

대체로 유세의 어려움을 내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내 말솜씨로 뜻을 분명히 밝히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며, 또는 내가 감히 해야 말을 자유롭게 모두 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곡 들어맞게 하는 데 있다. 상대방이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데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하다면 식견이 낮은 속된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며 멀리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상대방이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높은 이름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상식이 없고 세상 이치에 어둡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속으로는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높은 이름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상식이 없고 세상 이치에 어둡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속으로 큰 이익을 바라면서 겉으로는 높은 이름을 원할 때 높은 이름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 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겠지만 속으로는 멀리할 것이며, 만약 큰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속으로는 이견을 받아들이면서 겉으로는 그를 꺼릴 것이다. 유세자는 이러한 점들을 잘 새겨 두어야 한다.
대체로 일이란 은밀히 함으로써 이루어지고 말이 새어 나가면 실패한다. 그러나 유세자가 상대방의 비밀을 들출 뜻이 없었지만 우연히 상대방의 비밀을 말한다면 유세자는 몸이 위태로워진다. 또 군주에게 허물이 있을 때 유세자가 주저 없이 분명하게 바른말을 하고 교묘한 주장을 내세워 그 잘못을 들추어내면 그 몸은 위태로워진다. 유세자가 아직 군주에게 두터운 신임과 은혜도 입지 않았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 말해 버리면 설령 그 주장을 실행하여 공을 세우더라도 군주는 그 덕을 잊을 것이며, 그 주장을 실행하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군주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유세자의 몸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또 군주가 좋은 계책을 얻어 자기 공로를 세우고자 하는데 유세자가 그 내약을 알게 되면 그 몸이 위태로워진다. 군주가 겉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을 때 유세자가 이것을 알게 되면 역시 몸이 위태로워진다. 또 군주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하거나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일을 멈추게 하면 또한 몸이 위태로워진다. 그러므로 현명하고 어진 군주에 관해서 말하면 자기를 헐뜯는다는 오해를 받게 되고, 군주가 총애하는 자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그들을 이용하려는 줄 알며, 군주가 미워하는 자에 관해서 논하면 자기를 떠보려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말을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하면 아는 게 없다고 하찮게 여길 것이고, 정황하게 늘어놓으면 말이 많다고 할 것이며, 사실에 근거하여 이치에 맞는 의견을 말하면 버릇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유세의 어려운 점이니 마음속에 새겨 두어야 한다.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상대방이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계책을 지혜로운 것으로 여긴다면 지나간 잘못을 꼬집어 궁지로 물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결정을 용감한 것이라고 여기면 구태여 반대 의견을 내세워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더라도  그 일의 어려움을 들어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유세자는 군주가 꾸민 일과 같은 계책을 가진 자가 있으면 그 사람을 칭찬하고, 군주와 같은 행위를 하는 자가 있으면 그 사람을 칭찬하며, 군주와 같은 실패를 한 사람이 있으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며 두둔해 주고, 군주와 같은 실수를 한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잘못이 없음을 명확히 설명하고 덮어 주어야 한다. 군주가유세자의 충성스러운 마음에 반감을 가지지 않고 주장을 내치지 않아야 비로소 유세자는 그 지혜와 언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군주에게 신임을 얻고 의심 받지 않으며 자신이 아는 바를 다 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여 오랜 시일이 지나 군주의 총애가 깊어지면 큰 계책을 올려도 의심 받지 않고 군주와 서로 다투며 말하여도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때 유세자가 국가에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을 명백히 따져 군주가 공적을 이룰 수 있게 하며, 옳고 그름을 솔직하게 지적해도 영화를 얻게 된다. 이러한 관계가 이어지면 유세는 성공한 것이다.
 재상 이윤이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가 포로가 된 것은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사람은 모두 성인이면서면도 이처럼 자기 몸을 수고롭게 하고 천박한 일을 겪은 뒤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므로 재능 있는 인재라도 이러한 일을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
 송나라에 어떤 부자가 있는데 집의 토담이 비에 무너져 내렸다. 그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담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입니다.”
그 이웃집 주인도 아들과 똑같이 말하였다. 날이 저물자 정말 많은 재물을 잃었다. 부자는 자기 아들은 매우 똑똑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이웃집 주인을 의심했다.
 예전에 정나라 무공은 호나라를 칠 계획으로 자기 딸을 호나라 군주에게 시집보내고 대신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데 어느 나라를 치면 좋겠소?”
 관기사가 대답했다.
 “호나라를 쳐야 합니다.”
 그러자 무공은 이렇게 말했다.
 “호나라는 형제 같은 나라인데 그대는 어찌 호나라를 치라고 하시오?”
 그러고 나서 관기사를 죽였다. 호나라 군주는 이 소식을 듣고 정나라를 친한 친구 나라로 여기고 공격에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나라 군사들이 호나라를 습격하여 함락시켰다.
 이웃집 사람과 관기사가 한 말은 모두 옳으나 심한 경우는 목숨을 잃고 가벼운 경우는 의심을 받았다. 이는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뜻이다.
 예전에 미자하라는 사람이 위나라 군주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 법에 군주의 수레를 다는 자는 월형다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얼마 뒤에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나자. 어떤 사람이 밤에 미자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미자하는 군주의 명령이라고 속여 군주의 수레를 타고 대궐 문을 빠져나갔다. 군주는 이 일을 듣고 미자하를 어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해서 다리가 잘리는 형벌까지 감수하다니!”
 또 미자하가 군주와 과수원에 갔다가 복숭아를 먹어 보니 맛이 달았다. 미자하가 먹던 복숭아를 군주에게 바치자 군주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를 끔찍이 위하는 구나. 제 입맛을 참고 이토록 나를 생각하다니.”
그 뒤 미자하는 고운 얼굴빛이 사라져 군주의 잃고 군주에게 죄를 짓게 되었다. 그러자 군주는 이렇게 말했다.
 “이자는 예전에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탔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였다.”
 “ 미자하의 행위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다를 바가 없었지만 처음에는 현명하도 칭찬을 받고 나중에는 죄를 입게 되었다. 그것은 군주가 그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에 총애를 받을 때에는 지혜가 군주의 마음에 듣는다고 하여 더욱 친밀해지고, 군주에게 미움을 받을 때에는 죄를 짓는다고 하여 더욱더 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에게 간언하고 유세하는 자는 군주가 자기를 사랑하는가 미워하는가를 살펴본 다음에 유세해야 한다.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구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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