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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09-08-04 조회수 : 2,766
제 목 : 계곡에서 (고향생각)

오시어요.

빈재넘고 장국재 넘어서

함바위 계곡으로 오세요.

파랭이꽃 진달레꽃 자운영꽃 꺽어다

어느 봄날

군에 간 아들,  죽어 돌아와 묻힌 무덤가에

꽃처럼 뿌려놓고서

시름에 젖어 지팡이 세워두고

고개넘어 머~언 저 곳

엄마처럼

 

오시어요

빈재 넘고 장국재 넘어서

함바위로 오세요

물소리 바람소리 휘바람소리 안아다

넘칠 것 같아 아스라한 노두길에 플어놓고

봄날 나어린 동생 들쳐업고 보리 순 캐며

노래 흥얼리던

언니처럼

 

오시어요

빈재 넘고 장국재 넘어서 

함바위로 오세요

누런 소 누렁개 노랑다람쥐 데려다

돌아 돌아 들녘을 지나 언덕배기에 매어놓고

무겁디 무건 바지게 내려 넘어질 듯 받쳐놓고

 머어언 허공에 휘바람 불고 앉아

보름 모퉁이 돌아가는 버스 바라보다

잔주름 늘어 늙어간

형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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