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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09-05-16 조회수 : 2,834
제 목 : 강가에 앉아서14
강가에 앉아서14


새벽녘
안개 내리고
그리고
안개 묻은 아침이 다가오면
희미한 논둑길 따라
아이들이 내려와
그 작은 노두길
껑충
껑충거리며 건너서
플라타너스 잎사귀에 숨은
학교로 간다.

아이들의 허리와 어깨에 둘러맨
가벼워 보이는 책보따리 출렁이는
작은 아이들의 얼굴
먼 길을 서둘러 온 탓일까?
힘 들어 풀썩 앉은 의자
왜 그리 가벼워 보이는지!

수업이 끝이 나고
플라타너스에 숨어든 학교를 벗어나던 그 아이들은
힘들게 누르는 책 보따리를 동여매고
그렇게 무거운 걸음걸이
어둠이 내리는 논둑길을 따라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그들이 사라져간
늦은 오후
저~편
들녘에 어둠이 내리고
우리네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쇠죽냄새를 맡으며
나는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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