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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미국이 북한보다 위협적'이라 하면 미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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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시형 작성일: 2014-01-27 조회수: 953

'미국이 북한보다 위협적'이라 하면 미친 걸까?

[한반도 브리핑] 냉철한 현실인식, 국익이 최우선돼야

김준형 한동대 교수    기사입력 2014.01.22 07:00:05
 

논란이 될 질문이다! 대답을 듣지도 않고 질문만으로도 이미 종북좌파라는 크디크고 넓디넓은 이념의 보자기가 씌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체가 금기를 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은 여전히 던질 필요가 있다. 예상했던 대답과 결론이 나온다 해도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한번 뒤집어 보자는 역발상을 구태여 여기에는 적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연초에 일어난 두 사건이 질문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미국에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회고록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이다. 게이츠는 2007년 서울에서 만난 노무현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최대의 안보위협은 미국과 일본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반미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미친(crazy)' 사람으로 묘사했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친미적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우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현실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친미반북 성향이 재확인되었다고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국 리더를 향한 천박하고 오만한 인식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친미만 하면 독재자도 지지해왔던 미국의 전형적인 인식에서 별로 바뀐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미국의 한 흑인 힙합 듀오가 최근 북한에 들어가서 뮤직비디오를 찍은 것이다. 엔서니 밥과 돈트레 에니스라는 이름의 이 래퍼들은 소셜네트워킹을 통해 1만 달러를 모금한 후 평양 시내를 배경으로 ‘북한으로의 탈출(Escape to North Korea)'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제작 발표했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북한지도자의 행동 때문에 평범한 북한사람들까지 나쁘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주민들이 어려서부터 지도자 한 사람을 국가로 알고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언급도 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워싱턴에서 강도를 당할 확률이 북한에서 당할 확률의 9배는 될 것이므로, 미국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들 뮤지션은 많은 사람들이 신조처럼 또는 상식처럼 여기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미국과 그리고 북한을 바라본 점이 있다. 즉, 북한은 악이고 미국은 선이라는, 또는 미국은 세계평화의 수호자로 반면에 북한은 평화의 파괴자라는 이분법을 조금 비켜나 있다. 북한의 특수상황을 나름 이해하고자 했고, 또 오히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미국이 대내외적으로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렇게 말하면 정상이 아닌 것일까? 

 

 북한이 위협인 것은 맞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무력도발을 감행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은 또한 수십 년간 테러, 마약 밀매, 위조화폐유통, 인권탄압, 납치 등의 숱한 범죄를 저지른 정권이다.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두 가지 점에서 일정 정도 역발상을 통한 유연성 확보는 필요하다. 하나는 북한이 위협적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면 미국은 위협적이지 않느냐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점점 위협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나 동기는 무엇이냐는 점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이 위협적인 이상으로 미국도 위협적일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미국의 국력이 훨씬 더 강하고, 훨씬 더 파괴적인 무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기에 일단 잠재적으로 훨씬 더 위협적이다. 그런데도 북한을 미국보다 더 위협으로 생각하는 것은 북한은 악한 국가이고, 미국은 선한 국가라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은 경찰이고 북한은 범죄자라는 흑백론이 상식처럼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미국이 과거나 현재에 '나쁜 경찰(bad cop)'이 된 경우도 꽤 많다. 

미국은 다른 국가에 무력사용을 불사하고, 민주정부를 전복하며, 독재를 지원한 적도 많았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적국은 물론 우방국까지 정보공작과 도청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제법과 여론을 거슬리면서 거대자본의 이윤추구와 방위산업체의 배를 불리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위기를 생산하고 무기를 팔아라’는 미국외교의 금과옥조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냉전이 끝나도, 빈 라덴과 후세인이 사라져도 미국은 전쟁을 멈출 수가 없는 상태다. 이렇게 미국은 과도한 군사주의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호주국립대 교수인 개번 머코맥(Gavan McCormack)은 자신의 책에서 미국과 북한의 위험도를 비교하면서 북한은 큰 짐승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숲 속의 고슴도치’인 반면, 미국이야말로 닥치는 대로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 ‘밀림의 습격자 호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가장 근접했던 경우가 바로 네오콘이 지배했던 부시 정부였다. 9.11 사태의 트라우마를 이해하더라도 당시 세계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었다. 

당시 세계여론도 이에 동조했다. 2003년 2월 <슈피겔>지의 여론조사에서 독일인의 절반 이상이 이라크나 북한보다 미국이 더 세계평화를 위협한다고 응답했으며, 2006년 7월의 미국의 조사기관에 의한 유럽 5개국의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은 1위를 차지했다. 2004년에 육사에서 실시한 신입생 250명을 대상으로 한 대한민국의 주적을 묻는 설문에서 1% 차이로 미국이 북한을 추월한 것도 당시 좋았던 남북관계와 부시 정부의 호전성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우파들은 맥락은 무시한 채 이것을 10년간 무수히 걸고넘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게이츠에게 한 언급도 무력에 의한 북한의 정권교체 옵션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던 부시 행정부 시기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아프간과 이라크식의 해결 모색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시기다.  

첫 질문에서 파생되는 질문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미국이 지금은 우리의 우방이고 덜 위협적이라 하더라도 과연 영원히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냐는 문제다. 그랬으면 좋겠고, 그러리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 어떤 보장도 없다. 미국이 한국을 돕는 가장 큰 이유는 국익이다.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것은 도덕도 당위도 의리도 아닌 국익뿐이다. 미국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과 수렴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에 손해가 될 때라도 한국을 도울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쓰라-태프트 조약,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애치슨라인, 광주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배신 같은 일이 미래에는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게이츠가 이명박 정부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친미이며, 서방언론들조차 부시의 애완견이라고 부를 정도로 뼛속까지 친미였을 때 한미관계가 가장 좋았다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의 친미를 위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이 점점 위협적이 되는 원인에 대한 문제다. 물론 북한이 왕조체제의 유지를 위해 주민을 착취하고,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강경한 대외정책을 채택한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전체 그림을 설명할 수는 없다. 북한은 20년 이상 체제붕괴의 위기를 겪고 있고, 그들에게 미국은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사회주의진영의 붕괴와 중국의 체제전환으로 홀로 남겨졌고, 미국이 지정한 ‘악의 ’축과 ‘깡패국가’들이 침략을 당하고, 차례로 무너져가는 것을 보고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핵무기개발과 군사도발의 이유가 이러한 외부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도 분명 존재한다. 머코맥의 비유를 빌리자면 고슴도치가 외부의 위협이 커질수록 바늘을 빳빳이 세우고 최대한 위협적으로 보이려고 애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번째 질문에서도 파생되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것은 왜 북한은 계속 약속을 어기고 도발을 감행하는데 우리만 참아야 하고 또 대화에 나서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북한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고,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북한정권이 붕괴되어 한국으로 흡수통일 될 수 있다면 좋다. 그러나 북한붕괴론이나 흡수통일은 김일성 사망, 김정일 병환, 그리고 2014년 벽두에도 다시금 반복되지만 여전히 남한의 ‘희망적 사고’ 수준이다. 설사 북한이 붕괴된다 해도 그것이 평화적으로 남한에 흡수통일 된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 내에 믿을 만한 대안세력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력이 아닌 대화를 통해 평화적 공존 또는 통일을 이루려면 현 북한정권이 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위협이 된다고 얘기해도 미친 것은 아니다. 북한입장을 고려해 유연한 협상 전략을 도모하자고 해도 미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제정치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되 보다 창조적이고 열린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버릇 고치기도 한미동맹도 결국 대한민국의 국익보다 중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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