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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DNA 나체’ 공개는 끔찍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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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시형 작성일: 2013-08-24 조회수: 1278

‘DNA 나체’ 공개는 끔찍한 미래다

 
할리우드 톱스타 앤절리나 졸리는 지난 5월14일 <뉴욕 타임스>에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칼럼을 통해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방암 투병 끝에 숨진 엄마와 같은 운명을 피하고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수술 뒤인 6월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 온 앤절리나 졸리. 로이터 뉴스1

 유전정보 분석의 양면

 

 

지난 5월, 한 유명 여배우의 유방 절제 소식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외모를 중시하는 여배우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지만, 유방을 더 풍만하게 만드는 확대 수술이 아니라 아예 유방을 제거하는 절제술을 받았다는 것은 확실히 기이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주인공이 섹시한 여배우의 대명사 격으로 여겨지는 앤절리나 졸리라니. 무엇이 그녀에게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을까?

 

그녀가 이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불행한 가족사가 있었다. 졸리는 외할머니와 어머니, 이모까지 차례로 난소암과 유방암으로 잃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들은 흔히 ‘유방암 유전자’로 알려진 브래커(BRCA)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흔히 유방암은 유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체 유방암 환자들 중 브래커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10%를 넘지 않는다. 비록 전체 유방암 환자들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적지만, 그래도 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브래커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들에게는 종종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 절제술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지만, 그녀의 불행한 가족사는 결국 예방적 차원에서의 유방 절제술을 선택하는 데 힘을 실어주었고, 그 결과 그녀의 유방암 발생 확률은 87%의 고위험군에서 5% 미만-일반 여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배우 졸리의 유방절제는 긍정적 사례

 

인간의 몸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직관적으로 보면 피와 뼈와 살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시선을 좁혀 해부학적으로 본다면 각종 장기들과 조직들로 구성된 집합체라 말할 수 있고, 그보다 더 현미경적인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각종 아미노산의 조합들로 구성된 유기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유기체를 만드는 정보는 어디에 담겨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이제는 누구나 안다. 이중나선 구조로 연결된 디엔에이(DNA)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디엔에이 속에는 우리 몸을 만드는 정보가 어떤 형태로 담겨 있는가?

 

1990년, 세계 6개국 연구팀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간을 구성하는 디엔에이 속에 담긴 정보를 해독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인간의 디엔에이는 약 30억쌍의 뉴클레오티드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의 순서를 모두 분석해 인간이라는 개체의 유전 정보를 모두 밝혀내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완료 시점을 15년 후인 2005년으로 잡고 시작한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셀레라 지노믹스의 합류와 새로운 디엔에이 분석법 개발로 인해 기간이 단축되어 2003년 완결되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이 지닌 유전 정보를 파악하는 생물학적인 의미도 컸지만, 의학적으로도 각종 유전질환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준거틀이 된다는 의미도 컸다. 유전질환이 특정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라면, 개인의 디엔에이를 분석해 표준 디엔에이와 비교하면 어느 부분에 변이가 일어나고 어떤 유전질환에 취약한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 순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의학적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확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모든 유전질환의 연관 유전자와 변이가 밝혀지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검사 자체의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한 명의 유전 정보를 모두 알아내는 데는 13년의 세월과 30억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무어의 법칙’을 따라 기술 개선이 이루어지며 비용과 소요 시간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애초에 너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기에 현실화는 매우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의외로 현실화는 일찍 찾아왔다. 2007년 미국 생명공학회사 454라이프사이언시스는 디엔에이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자인 제임스 왓슨의 디엔에이를 100만달러를 들여 13주 만에 분석했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는 기간도 비용도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이를 기점으로 디엔에이 검사의 소요 시간과 비용은 절벽을 구르는 바위처럼 가파르게 떨어져 1000달러 수준에 이르게 된다.

 

흔히 ‘침을 뱉는 행위’는 공중도덕을 무시하거나 상대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행해지는 일로 공공장소에서는 그리 권장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2008년 1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는 대규모 국제포럼에 참여한 유명인사들이 다 함께 플라스틱 튜브에 침을 뱉는 기이한 행사가 열렸다. 이 엉뚱한 ‘침뱉기 포럼’을 주최한 인물은 앤 워지츠키라는 여성으로,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로 더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녀가 ‘명사들의 단체 침뱉기 포럼’을 개최한 이유는 자신이 새로 만든 디엔에이 분석 회사의 홍보 효과를 위한 것이었다. 그들이 뱉은 침이 든 용기는 바코드가 찍혀 실험실로 옮겨졌고, 침 속에 포함된 구강상피세포를 이용해 디엔에이 정보를 분석하는 데 이용되었다. 현재는 이 회사 외에도 개인의 디엔에이 정보를 분석해 유전질환 가능성을 서비스하는 회사들이 더 생겨났다. 비록 이들이 분석해주는 디엔에이 정보는 전체 디엔에이의 1%에 불과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각종 암과 당뇨, 심장질환, 치매 등 상당히 많은 수의 유전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유전적 변이가 있는 경우 해당 질병의 치료제에 대한 감수성과 유발 요인까지도 일부 알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들 회사가 제시하는 서비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러한 정보들을 1000달러 미만의 비교적 ‘현실적인’ 가격으로 1~2주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제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전자 우열에 의한 차별’의 가능성

 

지금 막 엄마의 자궁에서 빠져나온 갓난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유전 정보 분석기가 아이의 미래를 예측한다. “신경계 질환 60%, 심장질환 99%, 조기 사망, 예상 수명 30.2년”, 아이는 맨몸도 모자라 유전 정보까지 모두 공개되는 ‘디엔에이 나체’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다. 맨몸은 옷으로 가릴 수 있지만, 디엔에이 나체는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다. 예상 수명이 30년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언제 심장질환으로 급사할지 모르는 아이에게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칭찬받아 마땅한 삶에 대한 의지도, 배우고자 하는 노력도 이 아이에게는 모두 사치로 여겨져 무시된다.

 

물론 이는 현실이 아니라 앤드루 니콜 감독의 영화 <가타카>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묘사된 내용은 단지 영화적 상상력으로 치부하기엔 묵직한 현실감을 제공한다. 개인의 유전 정보 분석은 그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유전적 질환의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여 그 피해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 고무적이다. 이는 졸리의 경우처럼 다가올 불행을 미리 예방하여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하지만 유전 정보가 해당 개인 외에 다른 이들에게까지 공개되는 경우, <가타카>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유전자의 우열에 의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사회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도한 유전 정보 분석이 오히려 개인의 삶을 구속하는 선천적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몸’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망은 분자 수준까지 접근해 디엔에이가 지닌 비밀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생물학적인 몸조차도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룰인 인간 사회에서 디엔에이 나체를 공개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은희/과학칼럼니스트
        글 삭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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