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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25-04-10 | 조회수 : 540 |
한바위 골에서 243
== 내 여동생 ==
지나온 세월이 적지 않았을터이니
흰머리 감추느라 부산할 그때
내 동생
이제 나이 들어
환갑이란다.
삶에 그 무게
이제는 내려놓았을까?
아들 귀한 집안에 종부(宗婦)
없는 집, 자식 많은 집에 맏딸
어찌어찌 다난한 집에 시집왔으니
다 지고 가야기엔
무겁디 무건 짐
홀로 안고서
그 멀리 걸어야 했던 며느리
그 누구 알아주기나 했던가?
그 며느리에 그 길을
안쓰러워 쓰라려도
내 속으로 나았으니
가슴에 품어 안아
곱고 고이
웃었고 울었던 세월
어른거리던 자식도
이제는 다 떠나고
홀로 남았는데
딸이란 그런 거라고
맏딸이 어디 그런 거냐고
나이 들어 불편하신 친정에 부모님
못내 그리로 만
발길 돌려도
무거워지는 걸음걸음
이 나이 환갑이라는데
내려도 내려도
무거워지는 그 무게
점점 엄마만 닮아가는
내 동생
내려 놓는다 놓는다 해도
그게 어디 그리되던가?
깃털같이 가벼운 오빠라도
함께 하자고 함께 가자고
여동생도 남동생도 있으니
함께 하자고
함께 지고 가지고
고맙다.
함께 왔으니 고맙다고
건강하게 함께 살아갈 날들이 있어서 고맙다고
영영 그리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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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언제쯤
환갑이 막 지났을 내 동생에게
환갑 나이 먹었으니 축하 한다고 하자니
이거 축하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환갑 나이에도 건강해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아서
제주도가 아니니 함께 저녁도 어렵고 해서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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