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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9-04-11 조회수 : 4,269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21

한바위 골에서 221

 

시루바위 밑 붉게 물드리던

진달래가 그리워 찾은 강가에서

저만치 멀리서 바라본 그 진달래는

색깔이 없다.

진달래 같이 따먹던 옆집에 여자아이 영숙가

서울로 떠난 후 얼마인지

가물가물 희미해져

지워지듯 말이다.

 

예뻤는지 아니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진달래 꺾어 귀에 꽂고

바구니에 꽃잎 따담아 무얼하려는지

가득 담은 진달래

장독대 옆 양지녘에 널어두고

담 너머 몰래 지켜보던 동진이 총각

애가 타던 말던 떠나버린 영숙이

서울로 갔는데

 

아직도 영숙이는

여전히 소식이 없고

영숙이를 기다리던 동진이 총각

언젠가는 누군가 올거라며

질기도록 시루바위 밑 오동뜰을 지켰는데

수몰지가 되어버린 장흥댐

 

허옇게 타버린 머리칼이 늘어져

눈앞을 가리는데도

한없는 눈물만 흘리며

수몰지 오동들을 등에 지고 목포로 간 동진이 총각이

어제밤 세상을 떠났단다.

 

아무도 없는 사월에 진달래

시루바위 밑 진달래는 찾을 용기도 없고

만만히 찾은 모락산 진달래는

왜 저리 약오르듯 활짝 피어버렸는지

동진이도 영영 가버려 없고

영숙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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