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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6-09-29 조회수 : 3,531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15

한바위 골에서 215

 

- 서 있는 이곳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요?

청명한 날 들국화 피는 계절인데

문 열고 마주한 마뜩치 않은 꽃과 바람은

또 투명한 유리창과 마주하게 합니다.

 

잡초 같은 정열

주체할 수 없고 누를 수 없던

조심스럽기까지 했던 그 걸음마

그리고 내달리던 기억

근데 왜

여기 서있는지

노을이 깃든 막막함만 밀려옵니다.

 

어둠이 지면

또 문을 열고 나서지요.

지고가야 할 가치가 있기에

서 있는 이곳에서

되도 않는 꿈을 꾸지요.

언젠가 갈 것을 염두에 두었던 저~어~편 그곳

그곳에 석양만 드리워지고 점점 밤이 되어갑니다.

 

희미해진 새벽

살아야만 하겠기에

서둘러 나선 낡은 길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주저리주저리 들어오는 일상이 송곳처럼 밀려옵니다.

소중한 일상이 의미도 없이 흉터자국이 되지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내 바램은

또 하나 풀어할 부질없는 의미로 다가 옵니다.

 

그래도 그래도

어제 밤 꾸었던 새의 비상은

나를 음험하게 유혹했지만

그 유혹은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삶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천천히

하나의 예외도 없이

땅을 밟고 가야지요.

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

개미처럼 끝 모를 행열과 노동

쓰리고 불꽃만 있는 이곳

그래도

어느새 멀어지는 그곳으로 날아갈 것을 꿈꾸는

영원한 새가 있습니다.

영원히 날지 못할지도 모르지만요.

 

또 마주한 벽 앞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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