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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5-12-01 조회수 : 2,985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09

한바위 골에서 209

 

부는 바람이 하도 수상해

들어붙은 옷을 털고, 손도 흔들어 씻습니다.

백제와 숙제는 더더욱 계곡 깊이 들어는 가는데

길 잃은 어부는 몸에 무거운 돌을 지니고 깊은 강가를 서성이는데

가슴 깊이 스며드는 수상 기운

왜 이리 턱 밑 명치끝을 짓누르는지

슬픈 노래도 바람에 흩어져만 가고

떨어진 낙엽도 점점 깊숙한 품으로 파고듭니다.

 

그런 내 미약한 소망이 짓무른 통증을 헤집고 들어옵니다.

햇볕 아래 저 나무라면 이 가을, 이 겨울을 비켜갈까?

그냥 걷는 것이 삶이라면

이 매캐한 바람도 여린 꿈이 될까?

바램은 바램이 되고

공연한 안개에 옷이 젖을까 돌아가는 몸놀림에도

허파 꽈리에 상처를 만들어 놓습니다.

허우적이고 흔들어도 지워지지 않는 내 나무는

내버려 두어도 힘을 잃어갑니다.

 

내가 꾸지 않은 꿈이라도

아침이 되면 허물이 되고

수북히 쌓인 겨울철 눈이라도 핏빛이 되어갑니다.

내가 눈도 아니고, 내가 비도 아니고, 내가 바람도 아닌데

어쩌란 말인가!

있지도 않은 2015년의 가슴이 스르르 스러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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