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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5-08-06 | 조회수 : 3,504 |
한바위 골에서 207
-고향생각-
신화처럼 풀르느이 펼쳐진 옛 들녘에
깜작스런 꿩 울음소리
저수보에 짖누르는 물안개처럼
당들을 가득 매우더니
스물스물 한바위골을 넘는데
까닥 없는 까마귀만 물빛에 깃 드리우고
저 혼자 울음 운다.
그냥 찾은 한 여름 강변에
소스라친 고라니
때 이른 벼 이삭을 헤치고
스치는 사각거림 속에 내달려간 방촌 앞 들녘엔
그 많던 뒤뜰에 참새 다 어디가고
홀로 남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제풀에 내려앉은 물빛에 그림자만
바람결에 스르르 허물어져 간다.
제 멋대로 꾼 꿈
꿈 따라 떠난 소년
이젠 느릿느릿 걷는 걸음
찾을 곳도 없고
기댈 곳도 없이
해질녘 구수한 쇠죽냄새가 그리워 찾은 부뚜막에
도란도란 모여 앉은 옛 이야기
허물어진 굴뚝 사라진 새벽 연기처럼
미동 없는 잔물결이
대신 철석거리며 울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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