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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4-10-28 | 조회수 : 3,354 |
한바위 골에서 201
그리 힘들게 오르는 산
그 산길 가엔
숱한 꽃이 피어있었다.
물봉선, 여뀌, 갯모밀
그런 꽃을 보며 걷는다는 건
꽃에 깃든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나에게 깃든 꽃이 해바라기여서도 아니다.
온통 휘감아오는 미풍에 떨어지는 저 꽃이
한 곳을 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탓은 진정 아닐 거다.
힘들게 힘들게 산에 올라
내려오던 길에 불던 미약한 미풍에도 떨어지는 저 들꽃이
온 여름
다 지나
가을 녘에 가뭄으로 말라가는 해바라기 탓만은 아닐텐데
그저 잡초 무성히 자라는 것이
그 또한 무슨 탓이 있으랴 싶다.
뽑고 또 뽑으면 좀 나아지려나?
이 가을의 서늘함에 몸서리쳐지는 가을이 깊어간다.
오늘 또 산을 내겨가면
아우성치는 세상이 있겠지.
그 뻔한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아니라고 부정에 부정을 하면 좀 나을까 했는데
그래 저래 상처만 깊어
나지도 않더니
이제는 긴 심연에 미동도 없다.
가을이 또 겨울될텐데
두터운 옷 준비하고
혼자서 숨이나 고를 일이다.
201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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