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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4-10-28 조회수 : 3,315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01

한바위 골에서 201

 

그리 힘들게 오르는 산

그 산길 가엔

숱한 꽃이 피어있었다.

물봉선, 여뀌, 갯모밀

그런 꽃을 보며 걷는다는 건

꽃에 깃든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나에게 깃든 꽃이 해바라기여서도 아니다.

온통 휘감아오는 미풍에 떨어지는 저 꽃이

한 곳을 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탓은 진정 아닐 거다.

힘들게 힘들게 산에 올라

내려오던 길에 불던 미약한 미풍에도 떨어지는 저 들꽃이

온 여름

다 지나

가을 녘에 가뭄으로 말라가는 해바라기 탓만은 아닐텐데

그저 잡초 무성히 자라는 것이

그 또한 무슨 탓이 있으랴 싶다.

뽑고 또 뽑으면 좀 나아지려나?

이 가을의 서늘함에 몸서리쳐지는 가을이 깊어간다.

오늘 또 산을 내겨가면

아우성치는 세상이 있겠지.

그 뻔한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아니라고 부정에 부정을 하면 좀 나을까 했는데

그래 저래 상처만 깊어

나지도 않더니

이제는 긴 심연에 미동도 없다.

가을이 또 겨울될텐데

두터운 옷 준비하고

혼자서 숨이나 고를 일이다.

 

 

201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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