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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6-19 조회수 : 3,276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69 <단풍나무 꽃>

한바위 골에서 169

 

<단풍나무 꽃>

 

6월이 되면 단풍나무도 꽃을 피우지요.

예쁘달 것 없어

바라보는 이 없어도

거추장스런 씨방을 분에 맞지 않게 매달고

숱하게 피었지요.

알 수 없는 미래

어찌 할 수 없는 삶

그래도 붙잡으려고 예쁘지 않은 꽃으로 피었는데

벌 하나 나비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습니다.

꿈꾸지 않은 가을에 잔치는 화려할지라도

단풍나무는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마냥 기다린 것이지요.

분명 원했던 건 가을의 단풍이 아니라

봄에 핀 지천의 꽃입니다.

길을 잃은 여름이 지나면

분명 박수와 탄성의 향연

원통해서 붉어진 가을에 단풍입니다.

밉살스런 내 깃털만 보라며

환호하며 치는 박수소리는

진정 가슴에 응어리진 슬픔입니다.

소중한 봄에 잔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색깔 없는 눈빛 같은 꽃

분명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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