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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6-03 조회수 : 3,457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67 -- 생일

한바위 골에서 167

 

뒷산엔

그 많던 진달래꽃지고 철쭉이 온 산을 뒤덮던 시절이 되면

어느 날 어머니는 누운 내나는 쌀 한줌, 보리 가운데 올려 밥을 짓고

한 줌 쌀밥을 내 밥그릇에만 담아주셨지요.

그리곤 복()도 없어 보릿고개 때에 태어나 쌀밥 한 그릇도 못 얻어먹는다던 어머니의 푸념을 들었지요.

그런 보릿고개도 오십을 넘어 두해가 지나갔습니다.

들에는 찔레순도 없고 진달래꽃도 지고 아카시아 꽃도 지고나면 이제 간식이라고 없는 시절이 되지요.

그 엄혹한 계절 오월의 끝과 유월의 시작은 내게만 섞인 쌀 몇 톨이 진한 꽃향기 같아서 영영 잊히지 않는 영상으로 남아 아내가 새벽녘부터 부산히 치린 밥상에 어른거립니다.

그런데도 이제 또 한해가 시작되었나보다 하고 넘어가는 한숨 속에 영영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내내 나를 붙잡습니다.

분에 넘치는 아내, 마냥 예쁘고 착하기만 딸 셋, 부족할 것 없는 오십의 뒤안길에서 채워지지 않은 그 무엇이란 또 무엇이란 말이던가 하고 길을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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