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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5-24 조회수 : 3,325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65 --외 길

한바위 골에서 165

 

 

 봄이라 피었던 꽃

그 뒤 모습만 남겨두고서

성큼 사라졌습니다.

언제까지 피어있을 줄 알았는데

여린 가슴에 슬픈 흔적들만 남기고서

어릿한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언제였는지 모를 흐릿한 기억도

이젠 먼지가 되어 사막에 흩어지고

메마르고 작은 가슴엔

외로움도 길을 잃습니다.



꽃이라 여기고 건넨 언어가

가시처럼 되돌아 박히는 일상이 됩니다.

흐트러지고 종잡을 수 없는 내 미래

그래서 찾는 사막의 빈 의자엔

여전히 찬이슬만 내리는데

일어나라고 치켜든 재촉은

자꾸만 낯선 길로만 인도합니다.



예전 같지 않은 이팝나무 꽃의 화려함이

왠지 모를 서글픔이 되고

항상 같은 얼굴일 수 없는 내겐

또 돌아온 계절은 두려움이 되어

가고자 했던 다짐을 짓눌러 옵니다.

무릎을 치며 찾아 나섰던 길은

문득 무얼 찾고 있는지

사막에 이르러 길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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