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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3-04-17 | 조회수 : 3,273 |
한바위 골에서 161
봄바람 불어 춥던 날
나는 괜스레 옥상에 올라
찬바람을 맞이합니다.
이리도 춥던 날이면
바다로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저 같이 할 수만 있다면
찬바람 부어 인적 없는 선창가에서
지나 온 세월과 거리
흐터진 이야기를 묵언에 언어로
먼 바다 수평선에 눈길을 얹고서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 춥던 동토의 땅
이제 막 모진 바람이 거치고
시절이야 봄바람인데
옷깃을 여미고 올라 선 언덕
그래도 봄인지라
바흐의 토카타 앤 푸가처럼
꽃이 핍니다.
세찬 바람에 시들한 꽃을 보니
그래서 나는 산으로 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저 뒤서거니 앞서니 혹은 나란히 서서
산에 오를 누군가 있다면
해지는 산정에 올라서서
세찬 바람 맞으며
지나온 세월과 거리 그리고 못 다한 긴 대화
소리도 없이 속삭이고 싶어서입니다.
오늘은 햇볕이 내리니
봄바람 불겠지요.
나목에 바삐 싹이 돋을 겁니다.
그럼 아주 먼 이야기
그래서 아지랑이만 피어오르는 봄
상상과 희망만 끝이 없어
가슴 한 구석 그 넓은 빈터에 허허로움만
멀리 산 넘고 바다를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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