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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2-11-20 | 조회수 : 3,247 |
한바위 골에서 141
== 홀로 산행 ==
뛸 듯 기뻐서 가는 것도 아닌데
퍼렇게 슬퍼서 가는 길도 아닌데
홀로 가는 산행길
막걸리만 덜렁 등에 지고 스러질 듯 가벼운 발길로
낯선 사람들 숲 헤치듯 서둘러 매마른 길로 접어들었는데
산정에 오르기 전에 울컥해지는 홀로 가는 산행길
어쩌다 홀로 되어 타는 저 만추에 단풍 속으로
벌겋게 태워가며
어느새 혼자되어 산정으로 오르는지
너도 가버리고 나마저 내팽개치고 걷는 이 마르고 가파른 길
다 뒤로 뒤로 헤치며 오르는 산정(山頂)
오직 추위와 바람 그리고 맨몸의 나만의 산정(山頂)
마주하고 나누어 마실 상대도 없이 꺼내어 마신 막걸리는 왜 이리 취하던지
‘홀로 가는 다람쥐야 너도 한잔’
‘그래! 다 주어버리고 잎 하나 없는 맨몸에 나무야 너도 한잔’
‘나무 한 구루 풀 한 포기도 없이 덜덜 떨고 있고 있는 못생긴 바위야 그래그래 너도 한잔’
잔 높이 들어 건배라며 꾸역꾸역 마시는 막걸리로
그래 자유다
홀로 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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