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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10-24 조회수 : 4,344
제 목 : "안철수 반(反)정치 콤플렉스, MB와 판박이"

"안철수 반(反)정치 콤플렉스, MB와 판박이"

[안철수의 '반정치 콤플렉스' 비판 ④] 국회의원 숫자 감축, 역효과가 더 크다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24 오전 10:17:50

계속되는 안철수의 정당정치 부정의 공약들

이쯤 되면 안철수 후보가 생각하는 정치혁신과 '새 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드러난 것 같다. 안 후보의 주장은 정당과 의회가 비효율적이니 그 권한과 기능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혁신이요, '새 정치'라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무소속 대통령', '대통령 인사권의 9할을 관료에게 이양'에 이어 10월 17일 정당의 당론 반대, 정당의 공천권 폐지를 공약하더니, 급기야 23일에는 △국회의원 수 감축,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폐지 내지 축소, △중앙당 폐지 내지 축소를 새로운 '정치쇄신' 방안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안철수 후보가 공약한 정치혁신 방안은 일관되게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국회의 권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정치쇄신이고 '새 정치'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내가 보기에 그것들은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것이요, 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들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수, 오히려 적다

안철수 후보는 23일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다며, 국회의원 수를 줄여서 "국민과 고통 분담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우리 국회의원 수가 많은가? 그렇지 않다.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의 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는 9만 8000명이다. 그 중 유럽 국가 평균은 5만 명, 단원제 국가 평균은 6만 2000명이다. 스웨덴은 2만 7천명이다. 반면, 한국은 16만2000명이다.

만약 한국의 의원 숫자를 OECD, OECD 유럽국가, OECD 단원제 국가 평균에 맞추려면 각각 510명, 997명, 802명에 달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의원 수는 고작 300명이다.

안 후보는 "의원 1명당 일본은 26만 명, 미 하원은 70만 명을 대표하는데, 우리는 16만 명"이라며 의원수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연방국가 미국의 연방 하원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며, 양원제인 일본도 참의원과 중의원의 의원수를 합하면 의원 1명당 17만 명이어서 우리와 비슷하다.

한국의 의원 숫자가 적은 이유는 5ㆍ16 군사쿠데타 때문이었다. 건국 이후 인구 10만 명당 1인의 규모였던 국회가 5ㆍ16 쿠데타로 인해 인구 20만 명이 기본단위가 되었고, 의원 수가 무려 116명이나 축소되고 말았다. 의회민주주의를 극도로 탄압한 군사정부에 의해 한국 의회는 위축되고 만 것이다.

국회의원 숫자 감축, 국민에게 불리한 일

그런데 과연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과 줄이는 것 중 어느 것이 국민에게 유리할까? 그 답은 명확하다.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성공한 소수의 남성 엘리트'에게는 의원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여성ㆍ서민ㆍ노동자ㆍ농민ㆍ비정규직ㆍ실업자ㆍ장애인ㆍ하층ㆍ청년ㆍ학생 등의 소수자들은 의원을 늘려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에 파견하는 것이 유리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재벌과 그 동맹자인 보수 언론, 그리고 그 대변자인 관료들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국회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에게는 결정적 약점이 있다. 국민의 눈 밖에 나면 선거에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안철수 후보는 의원 수를 줄여 예산을 절감, 청년실업에 쓰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국회 예산은 결코 크지 않다. OECD와의 비교는 물론, 한국 기초단체 예산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9년 국회 예산은 4,395억 원이었던 반면, 광명시는 4,467억 원, 안성시는 4,489억 원, 성남시는 2조 2,932억 원, 수원시는 1조 5,229억 원이었다.

물론 우리 국회는 더욱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의원들의 각종 특권은 철폐되어야 하고, 부패방지 조치는 강화되어야 하며, 연중 상시 개원 등 일하는 국회가 자리 잡아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는 이런 방향의 국회 개혁이 이뤄져야지, 안 후보가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축소는 결코 답이 아니다.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 부자 정당에게 유리

안철수 후보는 또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폐지 내지 축소하여 그 돈을 "시급한 민생에 쓰거나 정책개발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만일 안 후보의 주장대로 정당 국고보조금이 폐지되면 어떻게 될까?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대신할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요, 그 결과 정당은 정치자금을 제공한 이들에게 종속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당과 정치헌금 제공자들과의 관계는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안 후보는 우리나라가 정당 국고보조금제와 함께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개인 기부금액의 한도 제한 등의 엄격한 제도를 함께 운영하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만일 안 후보의 제안대로 정당 국고보조금을 폐지하면 패키지인 다른 제도도 폐지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부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은 돈이 넘치고,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은 운영난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의 정당정치 부정은 '반정치 콤플렉스'의 발로

이처럼 안철수 후보가 주장하는 '정치혁신' 내지 '새 정치' 주장은 사실상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대로 심각한 수준의 '반정치주의', 즉 정치는 나쁜 것이요, 가능하면 줄어들어야 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안 후보는 정치를 '국민 대 정치'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국민이 살기 위해서는 정치를 최소화해야 하고, 정치가 커지면 국민이 죽는다고 본다. 안철수에게 있어 '반정치주의'는 '반정치 콤플렉스' 수준이다.

그러나 정치가 죽거나 줄어들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 그러면 시장이 커지고, 시장의 지배자인 재벌이 이득을 보며, 한국에서 재벌의 대변자인 관료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될 뿐이다. '반정치주의'는 복지국가와 뉴딜을 해체하기 위한 미국 신자유주의자의 정치철학이었다.

CEO 출신의 정당정치 혐오, MB와 판박이

안철수 후보는 지난 10월 17일에도 정치혁신 방안으로 △정당의 당론 반대, △정당의 공천권 폐지, △대통령의 특권 포기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 역시 모두 정당정치를 약화 내지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당론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살펴보자. 과연, 민주주의 정치에서 당론을 없앨 수 있을까? 당론이 없다면 정당이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무소속으로 국회를 구성하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 정당이 주요 정책에 대해 자기 입장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책임정치의 기본이다. 당론이 없다면, 책임정치도 없다.

그런데 안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여러 악법을 날치기한 것이 당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세계의 민주국가의 어느 정당이 당론이 없겠는가? 문제는 당론의 존재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법안을 야당과의 합의도 없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제적으로 통과시켰다는 데에 있다. 즉, 문제는 정당정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당정치의 부정에 있었다. 야당과 협의와 합의하지 않으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당정치 부정의 자세에 문제의 본질이 있었다.

지금 안철수 후보의 정당 정치에 대한 혐오,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는 이명박 대통령의 그것에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자주 여의도 정치를 혐오한다고 말했고,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국회를 무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한국정치의 문제, 정당정치의 과잉 아닌 해체에 기인

안철수 후보는 한국 정치의 폐해가 정당정치의 과잉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그래서 정당정치의 해체 내지 축소를 정치혁신 방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국정치의 문제는 정당정치의 과잉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정치의 부족 내지 해체에 기인했다는 지적이 많다.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의 한국정치는 '정당정치의 해체'로 특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의 다음의 지적을 안철수 후보는 귀담아 들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민주정부의 유능함이 엘리트주의 내지 전문가주의가 아닌 민중적 동력과 지지 기반에 의해 뒷받침될 수 있게 만드는 결절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당이 중심이 되는 정치체제다. …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민중적일 수 있는 최소요건은 정당정부(party government)를 만드는 일이다. 노동당 정부, 보수당 정부, 민주당 정부, 공화당 정부, 사민당 정부라고 하듯 우리도 대통령 개인의 정부만이 아닌 정당의 정부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정당은 통치자로서의 유능함을 발휘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을 강화하는 '현대판 군주'이자 '민주주의의 엔진'이 아닐 수 없다."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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