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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10-23 조회수 : 3,232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37 -- 수학여행

한바위 골에서 137

  == 수학여행

소년은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될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구불구불 긴 돌담길을 따라 학교로 갑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책가방 대신 여행 가방을 들고

낡은 버스에 오르는데

홀로 교실에 앉은 소년은

운동장에 버스를

이제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남몰래 홈쳐보며 주먹 같은 눈물

눈물이 흐르는지도 모른 체

차라리 저편 바다를 봅니다

 

지금

건너편 초등학교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다 합니다

도로변엔 버스가 줄지어 늘어서고

여행 갈 아이들은

가지올 추억을 가득 담을

여행 가방을 손에 들고서

하나 둘 버스에 오릅니다

얼굴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기대감을 품고서

 

홀로 앉은 교실이 무서워

물래 빠져나온 소년은

바닷가로 갑니다

부산한 포구의 어부들이

집으로 가버린 텅빈 방파제에 앉아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

두고 온 바다건너 저편 고향 소녀들

원망 찬 눈, 가느다란 힘없고 길 잃은 눈으로

식어 터진 보리밥을 먹으면서

종일 수평선을 봅니다

 

이제 막

저편 초등학교엔

버스가 출발합니다

가을 들녘

파아란 하늘

미지에 세계

새겨 둘 추억이 있는

저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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