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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10-19 조회수 : 3,203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36 ==자화상

한바위 골에서 136

 

== 마주한 초상화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있었던가

앞 뒤 분간 없이 달려가다가

난간에 홀로 있음을 깨닫는다

주어 담을 수 없는 삶

흐릿한 안개만 가득한 삶

그런 내 삶을 부여안고

한참 넋을 놓아버렸다

덧나고 쓰라린 후회의 빛

껌껌한 나락에서

나는 또 몸부림쳐야겠다

 

홀로

홀로이어야 함을

또 망각한 체

사람 앞에 서서

광대처럼 춤추는 것이

내 길이라 여기던 내가

한없는 하강을

떨리는 가슴, 지끈거리는 혼

몸부림치듯 또 주저앉으며

그래도 걷어야 한다는 것

가증스런 나를 발견하며

그냥 웃어버렸다

 

작고 초라하다는 사실

돌처럼 단단한 그 진리를

마알간 하늘만 같은 그 진실을

그래서 그냥 돌아앉아

가볍고 헐렁한 초상화를 앞에 두고

그래서 싫다

그래서 밉다

 

내려다보지는 말자

올려다보는 거다

그렇게 빌려 입는 듯 불편한 나를 그리지는 말자

벌거벗어 허름해도

보잘것없어 추해도

마주볼 수 있는 나

나를 그려나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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