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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9-19 조회수 : 3,357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31 -- 삶에 불

한바위 골에서 131

 

--삶에 불

 

구름은 높아 바라다본 하늘

하늘은 맑았습니다

괜스레

항상 같은 산이라 부러워집니다

하늘도 그렇거니와

대지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는 건

아마도

가슴에 안은 불 때문일 겁니다

 

어제

치워버린 쓰레기 더미 아래 흙 속에는

개미가 살았드랬는데

쓰레기 치우는 바람에 그만

개미에겐 평생 지어 놓은 집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오늘 보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냥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아래 어디쯤에 더 작은 무엇이

제 일이라 여기고

열심히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겝니다

그 아래 그 아래에서도

모두 다 잘들 무사히

그래서

내 가슴엔 불길이 타오릅니다

 

푸른 하늘에 이끌려 찾은 옥상

옥상에서 보면 여전히 세상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버스는 오고 떠납니다

거리엔 사람들

또 어디론가 걸어오고 갑니다

온갖 미물이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내 발

내 손

내 가슴

활활 타오는 불길이 있어

내 혼을 덧없이 태우고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의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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