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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9-16 조회수 : 3,168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30

한바위 골에서 130

 

== 결혼식과 강남 그리고 죽음

 

네모 사각의 거리

풀 한포기 없고

박제된 듯 가지런한 가로수

위에는 안개도 구름도 잿빛

지나는 사람마다 길을 묻고

어릿한 낯선 거리에도

공사판의 자유만 한가하다

 

낭자한 공사판 그 언저리에 난 풀 한포기

어찌나 야릇하던지

불리어간 결혼식장의 신랑신부의 시작

암으로 죽어간다던 친구의 출발

많다던 인적도 없는 토요일 오후처럼

묘한 헐렁함만

자동차 떼처럼 흘러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거리

 

안면도 없는 사람과 마주 앉아

낯선 혼례를 지켜보며

간간히 나오는 점심식사를 기다는 인내

죽어간다던 친구의 고통

저 신랑 신부의 환한 미소

어쩌면 저럴까 하고 먹는 음식

맛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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