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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9-03 조회수 : 3,312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28 --태풍 후에

한바위 골에서 128

 

--태풍 후에--

 

험한 바람 물러나니

비가 옵니다.

비비고 꼬듯이

비틀비틀 비가 오니

또 한 떨기 꽃 떨어지듯

소리도 없이 여름도 가고

시름도 그저 그런 헛김처럼

싱겁게 바람이 되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만나자던 숱한 이야기들이

이제와 절절해 지는 건 왜일까요

곧 들녘엔 고개 숙인 벼 이삭

철들어 갈 텐데?

어제 간 그들은 흔적도 없고

간간히 희미한 속삭임

그래서 또 비오는 날

혼자서 마시는 커피

비에 젖어서 일까

왠지 쓸쓸하고 서글퍼오는 건

저기 보이는 홀로 핀 능소화가

홀로 젖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마 밑에 서서

떨어지는 비를 멍 바라보는 건

안타깝고 그리워서

비가 부러운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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