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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4-17 조회수 : 4,393
제 목 : 오바마의 내심…'미국을 제발 아프간에서 쫓아내줘'

오바마의 내심…'미국을 제발 아프간에서 쫓아내줘'

[월러스틴의 '논평'] '이라크 철군 모델'이라도 가능하다면…

이매뉴얼 월러스틴 美예일대 석좌교수
아프가니스탄에서 절뚝거리며 빠져나오기
(Limping Out of Afghanistan)


미국의 두 대선 후보는 이란과 시리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상대방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 각 후보들은 자신들이 같은 목표를 지지하는데 있어 [상대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그런 말 대결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얼마 전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벌인 비슷한 게임을 지켜봤다. 어느 정당이 더 마초스러웠나? 병력의 '증강'(surge)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개념을 기억하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2월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이 개념을 수용했다. 2012년 3월 이후 현재 갑자기 이 개념은 누구도 너무 시끄럽게 옹호하고 싶지 않은 주제가 된 것 같다.

몇 개의 간단한 설명이 있다. 미국은 역대 최장기전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그런 개념을 거의 증명하지 못했다. 적으로 지명된 탈레반은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큰 단일민족 거주지로 알려진 파슈툰 지역에서 끊임없이 힘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은 파슈툰족이지만 탈레반은 아닌 하미드 카르자이를 일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직에 앉혔다. 카르자이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및 서부의 다양한 민족 지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지난 수년에 걸쳐 카르자이를 축출하려 시도했다. 이들은 러시아, 이란, 인도 등 몇몇 외부세력의 지지를 구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탈레반이 프간 정권을 탈환하는 것을 막는데 미국만큼이나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과 함께 일하지 않을 것이고, 러시아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으며, 인도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올 2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력적인 민중 시위를 부른 미군의 코란 소각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나서 [3월 11일] 미군 한 명이 16명의 아프간 어린이와 여성, 남성을 학살했다. 미국은 두 사건에 대해 사과했지만 파문을 거의 잠재우지 못했다. 3월 18일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국인을 "사탄의 행동"을 벌이는 "악마"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과 미국이라는 두 악마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뉴욕타임스>에 "역사적으로 어떠한 초강대국도 많은 돈을 들여 엄청난 수의 군인을 한 국가에 보냈는데 그 나라 대통령의 언행에 이 정도의 영향력밖에 미치지 못한 적은 결코 없었다"라고 말했다.
 
▲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나토(NATO)군. ⓒAP=연합뉴스

미국은 위상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철군을 시작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미 지난 2월 당초 예정됐던 2014년 말이 아닌 2013년 중반까지 미군이 전투 임무에서 한발짝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초 한 발 더 나갔다. 미 정부는 (무인폭격기나 야간공습 같은) 특수작전의 통제권을 아프가니스탄군에 이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이제 오직 "지원" 임무만 수행할 것이다.

잘마이 라술 아프가니스탄 외무장관의 발언이 아주 기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는 미-나토(NATO) 연합군이 2014년에 철수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의 영토가 파키스탄을 표적으로 삼은 무인폭격기의 발진 기지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미국에 한 방 더 잽을 날렸다. 4월 12일 파키스탄 의회는 '만장일치로' 미국-파키스탄 관계 진전을 위한 대미 관계지침 및 아프가니스탄을 향한 나토군의 보급선을 다시 여는 것을 승인했다. 동시에 의회는 파키스탄 영토에 대한 무인폭격기 공격을 끝내고, 2011년 11월 나토군의 공습으로 24명의 파키스탄 군인이 사망한데 대해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미국은 이러한 조건에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추구하는 정책적 목표가 선명하게 달라진 상황에서 미국이 파키스탄을 제압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4월 4일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로렌스 코브는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카르자이가 우리를 내쫓게 할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코브는 미국이 1945년 이후 "전쟁을 만족스럽게 끝내는 것보다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더 잘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마지막 2년 동안 발생했던 불필요한 인명피해를 지적했다.

코브는 예외적인 현상이 이라크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면서 철군한 이라크다. 그는 "이라크에서 미 정부는 운이 좋았다"고 환호했다. 그의 결론은 "알말리키가 우리로 하여금 옳은 일을 하도록 강제한 것처럼, 우리는 카르자이가 원하는 만큼 빨리 자기 나라의 통제권을 쥐도록 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보수적인 공화당 분석가인 코브가 어떻게든 빨리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가도록 강요당하는 것이 최대 이익이라고 본 것이다.

코브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해 4월 12일 발표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0%만이 아프간 전쟁에 대해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더 주목할 점은 처음으로 공화당원 응답자 다수가 이 전쟁이 싸울만한 가치가 없다는 의견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과 관련해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첫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미국의 노력이나 군사적 손실에 박수를 보내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미국에서 '남자다운 일'은 [여론의] 퇴짜를 맞은 뒤 철군론에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둘째로 미 정부와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이 정부 지출을 철저하게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른 전비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필자의 예측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조용하게, 하지만 확실히 로렌스 코브의 조언을 따를 것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4월 15일 논평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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