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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12-20 조회수 : 4,382
제 목 : "좌파가 똑똑한 스웨덴, 우파가 똑똑한 스위스, 한국은?"

"좌파가 똑똑한 스웨덴, 우파가 똑똑한 스위스, 한국은?"

[우석훈 칼럼] 한나라당 쇄신에 거는 기대

우석훈 타이거 픽처스 자문·경제학 박사
기사입력 2011-12-20 오전 8:13:19
 
어느 나라에나 보수는 존재한다. 한국에서 "당신은 진보이냐?"라고 물어보면 30% 정도의 국민이 그렇다고 답변하고, "당신은 좌파냐?"라고 물어보면 2~3%가 그렇다고 답변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반면에 보수라고 물어보거나 우파냐고 물어보면 마찬가지로 30%가 그렇다고 답변을 한다. 진보와 좌파 사이에는 단어에 따라서 대답 양상이 확 바뀌지만, 반대편의 경우에는 보수나, 우파나, 사실상 그 말이 그 말이라고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보수든, 우파든, 이 사람들이 소멸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정당은 소멸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너무 치사하게 보이거나, 아니면 이상한 이미지를 뒤집어 쓰면 정당 자체는 소멸하게 된다. 지금 한나라당이 그렇다. 이름을 바꾸거나 말거나, 사실 별 관심 없는 국민들이 많다. 언론 환경만으로 보면, 공중파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고, 여기에 종편 4개까지 추가되었다. 경제신문이나 경제방송 등 기타 방송들도 친정부, 친한나라당인 것은 대동소이하다. 공론장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다시피 한 지금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어려운 것은, 정말로 한나라당이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민주당도 이 정도로 따뜻한 언론환경을 가져보지 못했고, 진보정당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한국 경제의 대안 모델로 특정 국가를 정해놓고 연구를 하지는 않지만,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스위스를 참고 모델로 사용한다. 많은 진보학자들이 스웨덴기본 모델로 하는 것과는 나는 좀 입장이 다르다. 그건 스위스가 잘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은 좌파라 부르든, 진보라 부르든, 이 진영의 정치적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유럽식 사민주의 정도도 한국에서는 극좌라고 불릴 것이고, 유럽식 녹색당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출발해본 적도 없다. 반면 한국의 우파들은 돈과 권력을 전부 장악하고, 한국을 단단하게 틀어쥐고 있다.

DJ, 노무현, 모두 이런 정치적 기득권에 약간의 균열을 낸 것이지, 한국의 통치자, 스스로를 보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데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한국은 보수가 아주 강한 나라라고 분류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 싶다.

스위스가 바로 이렇게 보수가 강한 나라이다. 우리와는 좀 상황이 다르게, EU 가입을 막고 있는 세력도 보수주의자들이고, 이라크 파병을 국민투표까지 몰고 가서 결국 막아낸 것도 우리 식으로 말하면 극우파들이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을 세운 사람들, 그 본진도 기본적으로는 극우파들이다.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 출발점이 달랐던 것은, 한국의 우파들은 '반공' 즉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 위에 서 있는데, 스위스의 극우파들은 영세중립국이라는 고립 노선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강력한 민족주의 쇼비니즘이라는, 전세계 극우파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발현 형태가 좀 다르다.

제조업을 지키고, 농업을 지키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우리나라 같으면 좌파들이 주로 주장할 이런 얘기들이 스위스에서는 보수 쪽 인사들이 강력하게 지지한다. 유럽 내에서는 스위스 대학등록금이 좀 높은 편인데, 연간 50만원 정도 한다.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은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아주 좋은 공대이다. 네슬레 회장 집 손자나 가난한 서민의 아들이나, 공평하게 다 이런 대학에서 공부한다. 그리고 대학 진학률은 27% 내외.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은 스웨덴이 먼저 넘어갔는데, 6만불 때에는 스위스가 먼저 넘어갔다. 이해하기 쉽게 도식화하면, 스웨덴은 좌파들이 똑똑해서 잘 사는 나라, 스위스는 우파들이 똑똑해서 잘 사는 나라, 그렇게 볼 수 있다.

한국은 우파들이 권한은 세지만 똑똑하지 못해서 망해가는 나라, 이렇게 분류할 수 있다. 노무현 때에도 경제가 문제는 많았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 때는, 이렇게 가면 앞으로 큰 일 난다, 그런 상황이었고, 지금은 진짜로 큰 일 난 상황이다.

왜 한국은 보수들이 집권하기만 하면 YS 때의 IMF 경제위기나 최근의 경제침체처럼, 경제가 쫄딱 망하는가? 한국의 보수들은 유럽 선진국의 보수들과 달리, 공적 감각이 없어서 공사 구분을 못하고, 패거리로 움직이니까 게으르고, 모방만 하다 보니 독창적이지 못하고, 다 그래서 그런 것 아닌가?

공당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대통령이 되신 분은, 결국 국가를 사유화하는 아주 황당한 일을 벌였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이 아주 공식적으로 사라져버렸다. 이게 다 한국의 보수들이 국제 기준으로 한심해서 생겨난 일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보수들이 학력도 높고, 돈도 많고, 권한도 강하다. 이 사람들이 아파트 투기, 농지 투기나 하고, 자기들끼리 출세 밀어주기나 하는데, 이 나라가 잘 될 리가 있는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실권을 전부 쥐고 있는 한국의 보수들이 이 모양 이 꼴이어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아주 가망이 없다.

한나라당, 쇄신을 내걸 거면, 제대로 좀 해보시기 바란다. 새만금 해수유통, 4대강 복원, 재개발 방식의 공간 정책 폐지, 이 정도는 스위스에서는 극우파들도 선택할만한 정책이다. 유독 부패한 한국의 보수들만 이런 거는 절대 못한다고 하는 거다.
 
▲ 새만금 방조제ⓒ뉴시스
새만금 개발 첫 공약은 노태우 후보가 걸었다. 결자해지라고 한다. 자기들이 뿌린 씨, 자기들이 거두는 것이 쇄신이다. 경제 민주화, 금융 민주화, 한나라당이라고 그런 경제 방향을 잡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 거 잘 하고, 지역토호들 청산하면, 한국의 보수도 거듭날 수 있다.

딱 1년만 마음 먹고 한나라당이 이렇게 쇄신을 하길 바란다. 그래도 한나라당이 내년에 재집권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확실히 단시일 내에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게 내가 이해한 스위스가 경제적으로 걸었던 길이다.

급식 문제로 방방거렸던 한국의 보수들,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보시라. 미국에서 학교급식 체계를 강화시키고 발전시킨 것은, 2차 세계대전에서 고전 위기를 분석했던 미국 보수들이 했던 일이다. 청소년에게 투자해야겠다, 극우파적 발상이지만, 한국의 보수들과는 뭔가 좀 다르다는 게 느껴지시지 않는가?

지금 한국의 보수들, 유럽형도 아니고 미국형도 아니고, 딱 후진국 수준이다. 보수도 좀 발전해야 우리의 미래가 밝다. 한나라당 쇄신, 기왕 할 거면 좀 세게 하시라, 부탁이다. 새만금을 왜 해야하는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시라. 그걸 그만 하자고 하는 게, 내가 이해한 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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