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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11-30 조회수 : 3,290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76

한바위 골에서 76

 

편편한 길

가면 되는 길입니다.

질퍽이는 길

비켜서 갈 것을 상상합니다.

바라보는 나뭇잎은

언제나

화려한 단풍이 아니듯

비오는 날에도

초라한 옷을 입고

젖어가고 있는 건

내가 그리 상상했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유리창 너머

저 황량한 모습

이는

내가 잠시

나를 착각한 탓입니다.

모든 건

항상

그곳에 있었고

변한 건 없습니다.

단지

내 눈이

이슬에 젖었거나

메말랐던 까닭입니다.

어제는 없었던 모과나무

오늘은

모과를 매달고 비를 맞으며

그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건

항상

내가 찾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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