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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8-08 조회수 : 4,355
제 목 : [정치] 오 시장을 주목한다

[정치] 오 시장을 주목한다

 

2011. 8. 2. 화요일

아홉친구

복지(福祉)’란 말의 뜻을 찾아보니, ‘행복한 삶이란다. 복지 정책이란 그러니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대책… 뭐 그런 거겠다.

 

세상엔 운 좋은 사람이 있고, 또 지지리도 운 없는 사람이 있다. 랜덤하게. 만약 운이 없어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우리는 그를 도와줄 의무가 있다. 그게 복지정책에 대한 전제다. 정부는 우리를 대표해서 그 임무를 수행하는 거고.

 

이 얘기의 대표자는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즈다. 뭐 다들 아는 얘기겠지만 썰은 풀고 보자. 그는 현실적 이해관계 때문에 옳음에 대한 사람들의 합의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지의 장막을 가정했다. 이 장막 뒤로 들어가면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게 된다. 우리가 무지의 장막뒤에서 만난다면, 현실 이해관계의 영향을 배제한 옳음을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롤즈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차등의 원칙같은 게 나오는데 이 역시 알만한 내용이겠다.

우리가 무지의 장막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운에 대해서 한번 합의해보자. 나는 이 사회에서 지지리도 운 없는 인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옳은 사회, 운 좋은 사람이 운 없는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다. 일단 장막 밖으로 나가면, 화장실을 대하는 마음이 똥 싸기 전후로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사회적으로 불행한 사람을 돕는 제도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불행히도, 무지의 장막 뒤에서 우리는 현실을 모른다. 때문에 불행한 사람을 돕는정도가 대체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우리는 미리 마련해둘 수 없다. 여기서부터 <정의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이미 제도가 마련됐으니 충분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제도의 허점이 많아 불충분하다고 한다. 논리상으론 이들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을 판단해야 한다. 바로 지금 무엇이 옳은지를.

 

그러나 최소한, 그 판단이 경우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면, 어떤 논리를 채택했든지 그걸 옳은 판단이라고 믿기는 힘들 것이다.

 

선별적 복지’, 그러니까 일정 소득 이하의 사람만 복지 정책의 수혜자가 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이게 논리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게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 부합하는가 하는 판단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선별적 복지 논리에 따른 선별적 무상급식방안도, 결국 대한민국 아이들의 현실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것이지, 논리적으로 틀리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몇십 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어도 아이들 대학 등록금에 허리가 휠 정도라고 느끼는 사람이, 가난한 아이들의 자존심이나 교실에서의 평등 같은 게 과연 중요한지 잘 모른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곤 생각한다. 빈곤층이라고, 젊은이라고, 혹은 운동권이었다고 해도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선별적 복지가 옳다고 판단한다면 최소한 이런 논리가 성립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시나 국가 차원의 복지 혜택을 주는 건 옳지 않다고 말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었나.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모든 매체에서 다룬 소식을 한번 보자.

 

 

 

 

서초구 특별재난지역 지정 건의 검토, 17명 사망- 20명 부상-1천억 피해

 

이번 폭우로 산사태(우면산 일대)가 일어나 형촌마을 등에 최악의 피해를 입은 서초구가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구청장 진익철)는 지난 727일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난 우면산 일대 수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729일 밝혔다.

 

서초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경우 총 복구비용 중 지방비 부담액의 5080%에 대한 국고 지원이 가능해 진다. 또 특별재난지역에는 주민생활 안정을 위한 특별교부금도 지원된다. 이와 함께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받거나 징수 유예를 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도 3050% 경감되는 등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다.

 

서초구 측은 주택과 상가 침수로 인한 재정지원금은 가구당 100만원에 불과해 이것만으로는 주민이 입은 피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중앙정부 복구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서초구는 이번 폭우로 현재까지 17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당했으며 주택 2,076가구를 포함, 50,000가 침수되는 등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오해 없기 바란다. 필자는 수해를 입은 서초구 주민을 조롱하고자 하는 뜻이 아니다. 특별재난지역의 선포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면 도와주도록 이미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는가. 좀 편히 살아보고자 하는 소망이 누군 없겠나. 이제 좀 살만한가 싶다가 졸지에 화를 당한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가련하다. 구룡마을과 우면산 빌라촌을 굳이 구분지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묻고는 싶다. ‘선별적 복지를 주장한다면 이들을 구분짓는 걸 옳다고 판단해야 한다. 수해를 당한 사람들의 소득을 낱낱이 조사해서,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일정 소득을 넘는 사람들에겐 보상비를 주어선 안된다. 더군다나 위 기사에 나온 것처럼 특별교부금 지원, 세금 감면, 보험료 경감 따위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필자는 그런 선별적 복지에 반대한다. 삶의 고통은 소득의 다소로 수치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이 다르다고 죽은 이를 기리는 눈물의 양이 다르겠는가. 복지, 행복한 삶을 위한 정책이란 그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가 낸 세금을 약간 덜어주어 그 마음이 표현될 수만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오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니 우리는 오 시장이 과연 서울시 수해지역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그가 선별적 복지의 원칙을 서초구 우면산과 강남구 대치동의 수해 지역에도 적용한다면, 필자는 여전히 그를 반대하겠지만, 최소한 그를 소신 있는 원칙주의자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오 시장에 대한 감정적 공격을 일삼는 자들이 잘못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무지의 장막같은 논리적 타당성은커녕 현실적 이해관계에 순응하는, 표밭을 의식하는 이기주의자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때엔 그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오 시장의 선별적 복지는 사실 선별적 지랄에 불과하다고. 유전복지, 무전지랄이 과연 맞는 말인지 오 시장의 행보를 지켜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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