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상위분류 : 잡필방 중위분류 : 뜰에 홑 하위분류 : 강가에 앉아서
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5-23 조회수 : 3,824
제 목 : 강가에 앉아서 52

강가에 앉아서 52

 

<계곡에서 1>

 

계곡엔
바다로 가는 길이 있다.
신화처럼 흥건한 추억과 기억이 수놓아진
길을 따라가면
뭍으로 가는 항구가,
잃어버린 배를
지워진 배를 기다리는 항구가 있다.
그 항구에 비껴 선 연북정(戀北停) 텃마루에 기대인
-여인이여
-소년이여
-여인이 울부짖던 연북정(戀北停)이여
너를 어루만지는 소년을
소년을 아는가?

 

간다며
올 것을 말하는 나그네여
아는가
계곡에 남겨진 건
메마른 목소리와 바람
바람에 살 자르듯
에인 냉정만 있고
원망도 애원도
허허로워
한걸음으로 비상을 꿈꾸는 소년의 외침을
연북정(戀北停)에 북으로 등지고 앉아
만지작거리는 그 조약돌의 추억을 아는가

 

주어 버려서
다 퍼 주어 버려서
한 털로도 서 있을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줄 것도 없고
받아 담을 수도 없다는 걸
계곡에서 포구에 이르는
뭍으로 간 사연이 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이여
바람난 봄이여
아는가
계곡엔 돌아올 배가 없다는 걸

 

다듬어 지고
얼룩이 지고
…….
낯선 바람이여
죽은 바람이여
불어라
불어라
살아야 하니
불어라
그래도 살아야 하니
불어라
죽도록 불어라
불어라
불어라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