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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3-21 조회수 : 5,943
제 목 : 지진의 원리

2008년 12월에 개봉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지구 내부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영화라 할 수 있다. 화산 분화구를 통해 주인공들이 들어간 수천㎞ 깊이의 지구 내부에는 삼엽충, 공룡 등 지상에선 이미 멸종한 다양한 생물체가 살고, 강한 자기장으로 암석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도 있다. 정말 그런 세계가 지하에 있는 것일까? 지구 내부는 어떤 모습이며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을까? 우리는 지구 내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구 내부로부터의 정보를 직접 제공해 주는 예는 다이아몬드 광상을 이루는 킴벌라이트 암맥이나 화산의 경우처럼 지하 200km로부터 지표에 분출된 암석들이다. 그러나 200km라는 깊이는 지구의 반지름 6,370km에 비하면 아주 얕은 깊이라 지구 내부를 알게 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영화 [코어]에서처럼 직접 지구 내부로 들어가거나 또는 지구 내부를 시추해서 알아내면 되지 않을까 싶겠지만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1994년 콜라(Kola)반도에서 대륙지각을 13km까지 시추한 것이 최고 깊이이다.


여름철 잘 익은 수박을 고르기 위해 수박을 톡톡 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내부의 상태를 판단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지구도 직접 속을 볼 수는 없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지구 내부를 연구할 수 있는데, 바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구 내부를 지나 전달되는 지진파를 이용하는 것이다.

 

 

땅이 움직이고 암석이 깨지는 이유

지진은 지하에 축적된 탄성에너지의 급격한 방출에 의해 지구가 진동하는 현상이다. 지각과 상부 맨틀은 탄성체인 암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탄성한도 이내에서 변형되면 지각 표층부는 판유리처럼 어느 한도까지는 구부러졌다가 힘이 사라지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탄성한도를 넘으면 암석은 깨지게 되고 이때 생겨난 진동이 전달되어 땅이 흔들리게 되는데 이것이 지진이다.


땅이 움직이고 암석이 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외곽부는 80~100km 두께의 단단한 여러 개의 판으로 되어 있는데 커다란 7개의 판 과 여러 개의 작은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판은 지각과 상부 맨틀로 된 암석권인데 이 판들은 맨틀의 대류에 의해 서로서로 이동한다. 판은 서로 경계를 맞대고 있는데 판의 경계에는 발산경계중앙해령, 보존경계변환단층, 수렴경계해구 등이 있다. 판의 경계는 판이 서로 멀어지거나 부딪치며 이동하는 곳이므로 지진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판의 경계와 맨틀대류.

 

 

 

지진의 종류에는 단층지진, 화산지진, 함락지진, 인공지진 등이 있는데, 미국 서해안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남으로 길게 뻗어 있는 산안드레아스단층 지진은 단층지진의 대표적인 예이다. 1906년 이곳의 지진에서는 단층면의 양쪽 지층이 수평으로 7m나 이동한 것이 확인되었다. 지진은 확인되나 단층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지하 깊은 곳에서 단층이 발생하면 지표로 오면서 단층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대양저 산맥(해령)에는 해령의 연장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변환단층이 발달 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도 단층 양쪽의 해양지각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지진을 일으킨다. 산안드레아스단층도 변환단층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환태평양지진대이다. 베니오프(Hugo Benioff, 1899~1968)는 해구를 따라서 천발지진 이, 해구 옆의 대륙 쪽에는 중발지진이, 더 먼 곳에서는 심발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해구는 판구조론에 의하면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들어가는 수렴지역으로 이때 판과 판이 부딪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이곳에서의 지진을 베니오프대 지진이라 한다. 일본은 천발지진이 발생하는 해구 위에 있는 지역이라 규모가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하게 되고 우리나라도 그 여파로 동해는 쓰나미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활화산 주위에도 소규모의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 마그마가 움직이거나 가스가 분출될 때 지각이 움직여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런 지진을 화산지진이라 한다. 대양저 산맥에는 그 중심부에 V자 모양의 열곡이 존재하는데, 이곳에서도 마그마의 분출로 인한 많은 지진이 발생한다. 함락지진은 땅속의 큰 공간이 무너질 때 생기며, 인공지진은 핵폭탄실험 등의 인공적인 폭발물이 폭발할 때 생긴다.

 

 

지진파의 종류와 이용

지진을 일으키며 에너지가 처음 방출된 곳을 진원이라 하며, 진원에서 연직으로 지표면과 만나는 점을 진앙이라 한다. 진원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그 점을 중심으로 암석 내에 저장되어 있던 탄성에너지의 일부가 탄성파로 모든 방향으로 전달되어 가는데, 이것이 지진파이다. 지진파의 종류에는 지구 내부를 깊숙이 통과해가는 실체파인 P파와 S파가 있으며, 지구표면 가까이의 바깥층을 따라 전파해가는 표면파로 러브파(L파)와 레일리파(R파)가 있다. 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마치 종이 울리고 난 후처럼 수일 내지는 수 주일에 걸쳐 지구 전체가 진동하는, 지구의 자유진동(自由振動)이 관측된다. P파는 음파처럼 어떤 매질을 통과할 때 파의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같은 종파이며 가장 먼저 도착하므로 Primary wave(P파)라 하며 압축과 팽창을 거듭해서 부피변화를 일으킨다. 종파는 고체, 액체, 기체의 모든 매질을 통과한다. S파는 파의 진행방향에 수직 방향으로 진동하는 횡파로 두 번째로 도착하므로 Secondary wave(S파)라 하며 매질의 모양변화를 가져온다. S파는 고체만 통과할 수 있다. 표면파는 지표면의 움직임을 가져온다. 레일리파는 해양의 너울처럼 땅을 출렁거리게 하며 러브파는 파의 진행방향에 대하여 지표면의 입자들이 수직으로 좌우 진동을 하게 하여 건물에 막대한 구조적 변화를 줘서 가장 많은 지진피해를 끼친다.

 

 

 

지진파의 종류

 

 

 

지진파를 관측하면 진앙까지의 거리도 알아낼 수 있다. P파의 속도는 깊이가 깊어지면 더 빨라지지만 지각에서 초속 8km이며 S파는 초속 4km이다. ps시는 ‘P파가 도착한 후 S파가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이 값을 알면 진앙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는 번개와 천둥이 도착하는 시간차를 이용하여 번개가 발생한 지역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시간과 거리와 속도의 관계식을 이용하면 된다.
 

 

1909년 유고슬라비아의 지진학자 모호로비치치는 발칸 지진 때의 지진 기록을 분석하여 p파의 속도가 지표 아래 수십km 부근에서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런 사실은 이곳을 경계로 구성물질의 뚜렷한 경계가 있다는 것을 지시하는 것으로 이 경계면이 바로 지각과 맨틀의 경계인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다.

 

 

 

1912년 독일태생의 미국물리학자인 구텐베르크는 진앙으로부터 103°~143°인 지역에서는 P파와 S파가 관측되지 않는 암영대가 있으며 143° 이상에서의 거리에서는 S파가 도달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지구 내부 2,900km보다 깊은 곳에 P파의 속력이 급격히 감소되고 S파가 전달되지 않는 액체 상태인 외핵의 존재를 밝혔다. 그래서 맨틀과 외핵의 이 경계면을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이라 한다.

 

1936년 덴마크의 지진학자인 레만은 뉴질랜드의 불러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자료의 분석을 통해 외핵 내부에 고체인 내핵의 존재를 밝혔다. 외핵을 통과하여 굴절되어 도착한 P파의 경로를 분석하여 추정한 것이다. 이 분석을 통해 외핵 안쪽에 P파를 굴절시키는 다른 층인 내핵의 존재를 밝혀낸 것이다. 지진파의 속도분포로부터 외핵은 철과 산소의 화합물(FeO)상태일 것으로 추정되며, 내핵의 물질은 철질 운석과 유사하게 철 90%와 니켈 10%의 금속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이처럼 지진파는 지구 내부구조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인 것이다.


 

지진파의 이동경로 및 이동 속도.

 

 

 

 

지진의 관측과 규모

 

 

지진계를 통해 지진진동의 모양이 드럼 위에 감긴 종이나 인화지에 기록된다.
<출처: NGD>

 

지진은 지진 관측소에 설치된 지진계를 통하여 관측한다. 이때 최소한 수평지진계를 서로 직교하게 2대, 수직지진계를 1대 놓아야 한다. 지진계에서 중요한 부분은 무거운 추와 드럼(drum)인데 지진을 관측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땅이 흔들리면 지진계도 같이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추는 지진계의 모든 부분이 흔들려도 관성으로 정지되어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드럼이 지진에 따라 흔들리면서 정지된 추에 달린 펜이나 추에 붙은 거울에서 반사되는 광선으로 지진진동의 모양이 드럼 위에 감긴 종이나 인화지에 기록되도록 하였다.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로는 진도와 규모가 사용된다. 진도는 주변의 요소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실제 지진의 크기를 정확하게 분류하는 수단은 되지 못하여 지진의 크기를 보다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수단으로서는 지진발생 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척도인 규모를 많이 사용한다. 규모에는 리히터 규모, 표면파 규모, 실체파 규모가 사용되고 있다. 보통 규모 1이 차이가 나면 에너지 방출에 있어서 25~30배의 에너지 증가를 가져온다.

 

 

 

동물의 이상행동을 통해 지진을 예측

지진이 발생하기 전 동물들이 이를 먼저 감지하고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1969년 중국의 톈진(天津)시에서는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이에 앞서 조용히 있던 곰이 소리를 지르고 뱀이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동물원 관리인들이 지진예측기관에 보고해 지진 피해를 최소화했다. 1975년에도 중국 하이청(海城)에서 겨울에 뱀이 도로로 나와 얼어 죽고 말이 날뛰었는데 사흘이 지나자 규모 7.3의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엔 2005년 10월 까마귀들이 지진이 일어나기 전 매번 비명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며 둥지를 떠났고 현지 주민들은 까마귀의 움직임을 보고 지진을 예측하였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동물의 이상행동이 일관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도 지진대피를 동물의 행동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재의 위험에 대비해 전기나 가스를 잠그고 튼튼한 탁자 밑으로 피신하고 몸을 숙여 머리나 눈을 보호하도록 한다. 대피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안 되며 차를 타지 말고 도보로 이동하고 커다란 구조물 근처는 피하도록 한다. 지진의 피해는 대부분 붕괴된 건물이나 구조물들에 의해 생기게 되므로 운동장 같은 넓은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역사상 가장 큰 인명피해는 1556년 중국 산서성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이때 83만 명이 사망하였다. 최근에는 2004년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해일이 발생해 20만 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1월 12일 아침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은 수도에서 발생하여 10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며 같은 해 2월 칠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해 200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7월에도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지진이 더 많이 관측되고 있다. 이는 지진계가 더 많이 발달해서 일어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지진에 대하여 미리 알아두어 혹시라도 모를 지진의 발생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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