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
상위분류 : 잡필방 | 중위분류 : 스슬에 휴 | 하위분류 : 미술 |
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0-08-24 | 조회수 : 4,479 |
팔대산인(八大山人)의 새
깃이 헐고
목이 쉰
마른 새 한 마리가
어느 날
북천(北天) 슭에서
내 픔으로 추락해 왔다.
그 새는
삼동(三冬)에
오장과 두부를 쪼아
내 가슴 깊숙이 알을 슬고는
노을처럼 붉게
죽어 갔다.
그리고 내게는
밤마다 산월이 왔다.
부화된 새깨새들이 한 마리씩
내 등뼈를 뚫고 일어서는...
나는
비겁의 더러운 손톱으로
고 노란 새끼새들의 목을 눌러
무덤을 쌓고
밤의 두터운 어둠 속에서
평온을 지었다.
--허나 이른 봄
무덤 속에서 날아오른
새떼들이
검은 소나무 가지마다 울음을 심어....
나무는
홈역의 더운 싹을 토해
천의 하늘을
송화로 뒤덮고는
이윽고
나의 두 눈을 빼앗아 갔다.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