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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09-10-06 조회수 : 3,939
제 목 : 김창균, 「꽃사과 나무 그늘 아래의 일」

김창균의 「꽃사과 나무 그늘 아래의 일」을 배달하며

꽃사과 나무를 한번 우러러 본 적 있어요. 작고 또렷하고 붉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어요. 꽃사과 나무는 마치 세상의 오만 것을 다 품고 기르는 듯 관대해 보였지요. 한곳에 많이 붙어 있는 열매들을 보았을 때에는 동복(同腹)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지요.

꽃사과 나무 아래를 한 여자가 지금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지나갑니다. 둘 사이에는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녀는 이곳으로 홀로 떠나왔지만, 후년에 푸른 사과가 붉게 익을 때쯤에는 훌쩍 자란 아이를 앞세우고 또 신생의 아이를 업고 이 꽃사과 나무 아래를 지나가겠지요. 낮고 작은 잎 같은 아이에게 여전히 귓속말을 하겠지요. 그때에는 슬픔 또한 잊어서 얼굴에는 꽃사과의 붉은 그늘만이 내려와 앉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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