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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09-05-13 조회수 : 2,828
제 목 : 강가에 앉아서 6

강가에 앉아서 6

 

<울엄니>

 

말라 비틀어져 눈물 없는 퀭한 눈으로

어제 아니 그저께 빈 쌀독에

비어서 에이는 가슴 툭툭치며

“아그들아, 이제 자야지”라며 빠르게 나가시던 울엄니

 

가마도 못 태워주고

거치른 장롱 하나 없이,

가볍디 가벼워 작은 헛이불 달랑 들려 보내

그리 사느냐고,

친정아배 헛소리처럼 중얼이던 그 소리에도

“아부지! 앙그래라우, 살만 하단말이오.”라며,

핏기 없이 배시시 웃던 울엄니

 

애써 가꾼 그 많던 국화꽃 바라보는 것으로

골은 허기 채우고

칭얼 칭얼 채근하는 새끼, 마른 젖 물리고

그러든지 말든지

젖은 수인산만 원망삼아 눈맞추던 울엄니!

 

덜렁덜렁 구루마에 싣고 왔던

친정엄니가 누~운내나는 쌀 팔아 사준 신접살림

발기발기 찢어 이리저리 나누어주고

떠난 고향이지만

그래도 내 새끼 끼니 챙기니 좋아라시던 울엄니

 

이 자식은 하고, 저녀석은 .....

밤새 밤새 긴 밤을 자식 생각으로

허구헌날 주태백이 신랑 주정에도

모른척 눈물 훔치던

살아 살아 거친손 그대로

살아 살아 언제나 흰 모습 그대로

울엄니 월남댁

 

 

 

 

 

 

머언 곳에 계시니 얼굴 한번 뵙는 것도,

 

천리를 달리고,

바다 건너야 하니,

울엄니 어찌하고 계실거나....

2008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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